종합적 설계 필요한 한국의 미래
종합적 설계 필요한 한국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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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사회가 여러 면에서 참으로 어수선하다. 경제는 침체의 위기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고 시장 개방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자칫 우리의 식량안보가 위협받는 것은 아닌가 싶어 불안하게 한다. 또 극한에 내몰린 빈곤층이 줄어든다는 보고는 없고 노년의 빈곤까지 겹쳐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이들이 너무 많다. 지난 대통령선거전의 뜨거운 이슈였던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는 단지 10만 명이 더 늘었을 뿐이라 한다. 표를 긁어모았던 그 요란했던 공약의 결과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그런가 하면 각종 사건 사고들을 보면 더 이상 인간이기를 포기한 이들이 우리 주변에서 너무 자주 출몰한다. 가정교육은 낄 자리조차 안보일 만큼 입시경쟁에 내몰리는 아이들과 전인교육을 포기한 공교육이 더 이상 청년들을 우리 사회 미래의 동량들이라고 안심할 수 없게 만든다. 교육이 돈으로 계량되기 시작하면서 잘못 끼워지기 시작한 단추를 처음부터 다시 끼우려는 시도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어린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믿고 기댈 의지처로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청소년들의 사회에 대한 신뢰도는 그야말로 바닥을 기고 있다는 현실이 한 조사결과 증명되기도 했다. 그런 절망감이 아이들을 더욱 난폭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가슴 아프다.

그 뿐인가. 나라 안에 재벌이라는 여러 왕국들이 버젓이 버티고 서서 성장의 과실인 국부의 대부분을 전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GNP가 어쩌니 GDP가 어쩌지 하며 공허한 숫자놀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높아진 국민소득이 내 삶을 살찌워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들은 애써 외면하려 든다. 그러기에는 미래가 너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의 그 많은 난제들을 개별적으로 하나씩 풀어가겠다는 의지만으로는 이런 혼돈과 불안을 잠재우기 어려울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모든 문제의 근본 뿌리를 찾아내고 근본으로부터 바꾸어 나가기 위한 새로운 사회의 청사진이 필요해 보인다.

이제까지 타성처럼 기대왔던 모든 고정관념을 다 털어버리고, 우리 현실을 들여다본 적 없는 외래 수입산 각종 이론들도 죄다 한 번 이상씩 의심해보면서 우리의 역사적 경험과 정신사적 유산들과 어울림직한 새로운 가치들을 창조해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물론 그 경험과 유산들도 굴곡진 역사 속에서 참으로 많이 오염되고 훼손되었지만 그래도 들여다보면 근본 바탕은 용케도 살아남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다만 그토록 열심히 우리의 역사적 경험을 자주적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가 부족했고 더 나아가 정신사적 유산들은 천시하며 짓밟기조차 서슴지 않았기에 흔적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대다수 국민은 반만년 역사를 말하고 역사학자들은 고작해야 2천년 역사를 말할 뿐이지만 그나마 우리는 역사 전통을 조선후기에서만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역사 전체를 총괄해 봐야 할 사학계조차 지금 대다수 학자들은 조선 5백년의 범주를 넘어서지 않는 짧은 시야 속에 헤매고 있다. 그러니 식민사학도 청산되지 못한 채 70년을 헛바퀴 굴리며 중국이, 일본이 역사전쟁을 걸어와도 변변한 대응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런 판국이니 그런 깊이 없는 인문학에 기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밑그림인들 그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마냥 경제 숫자에만 매달려 우리의 미래를 그려내서도 안 된다는 말없는 경고가 사회 구석구석에서 들려오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자연에서 너무 먼 곳에 격리시킨 우리 아이들에게는 타고난 본성을 회복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아는 인간의 자식으로 돌아갈 시간을 줘야 하고 그 아이들을 인내하고 지켜볼 만큼 성숙한 부모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인문학적 소양도 넓혀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문학적 소양을 언급했지만 아직은 너무 막연하다. 혼자만의 의지로 개개인이 변화하기에는 삶의 조건들이 너무 각박하고 또 개개인의 변화만으로 사회가 바뀔 수도 없는 일이다. 노동조건부터 사회문화적 환경까지 바뀔 것들은 너무 많다. 종합적 설계 없이 말 몇 마디로 바뀌기에는 근현대 우리 역사의 질곡이 너무 깊고 우리의 가치는 너무 잡다한 이론들 속에 혼란스럽도록 심하게 오염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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