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을 보는 시각
연금개혁을 보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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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각종 연금 손보기가 본격화되면서 그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당사자들로서는 어쩔 수 없이 걱정이 앞서는 듯하다. 요즘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이들 중 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이들이라고 해봐야 교직, 군인, 공무원 정도가 있을 뿐이어서 그간 대다수 봉급생활자들로서는 그런 그들이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그렇게 부러움을 산 집단 가운데 먼저 공무원연금을 정부여당이 다시 개혁을 하겠다고 한다. 노후의 안정을 낚아채겠다는 얘기이니 공무원들로서는 참으로 화가 날 일이겠다.

그러나 공무원 당사자가 아닌 국민들 입장에서는 소위 철밥통이라는 안정된 직장생활 후에 노후마저 남들보다 여유 있게 보낼 그들을 보며 약이 오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연기금의 적자가 나날이 커져가며 국민혈세를 축낼 것이라는 정부와 언론의 선동적 발표와 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울화가 치밀 지경일 터다.

그러나 그게 과연 진실의 전부일까. 공무원연금을 비롯해 지금 적자로 눈총 받는 각종 연기금의 적자 요인 중에는 과거 정부들의 과실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제대로 분석해본 사례가 있는가.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면 연기금을 동원해 떠받치는 식으로 멋대로 연기금을 주물렀던 시절에 적자를 확대시키지는 않았을까. 물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개선이든 개혁이든 하는 게 맞다. 다만 연기금의 적자가 순전히 수혜자들에게 과도하게 연금을 지급해서 생겼다는 식으로 일방적인 매도를 할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공무원사회의 청렴도를 의심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지만 과거에 비해 상당히 깨끗해졌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필자의 피상적 관찰로 보건대 청렴도를 의심받는 이들은 극소수 분야로 국한돼 있다.

건설 부문 등은 여전히 공무원들에게 적절한 뇌물 찔러 넣기가 주요한 사업수완의 하나로 통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듯이 권력행사를 하려 들어 뇌물 갖다 바치도록 유도하는 공무원 집단도 여전히 상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권력이 있으면 부패의 유혹에 더 많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래도 공무원사회가 예전보다 많이 깨끗해졌다면 그건 평범한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급여가 올랐기 때문이고 또 퇴직 후의 생활안정이 약속돼 있다는 현실적 조건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군인연금은 아직 별 말이 없지만 군인들이야말로 연금보장이 확실해야 할 집단의 하나다. 요즘 잦은 군 사고로 인해 국민적인 눈총이 모이고는 있지만 직업군인들이라면 거의 1년에 한 두 번씩 전국 어디든지 발령 나는 대로 온가족을 끌고 이사를 다녀야 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자못 심각하다.

잦은 전학으로 학교생활 적응에 애로를 겪거나 심한 왕따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아이들의 고통도 크고 가족이 함께 살려면 아내가 자기 일을 포기해야 하고 자기 일을 하려면 가족이 흩어져 지내야 한다. 여느 직장과 달리 가족이 나뉘어 살면 주말부부 노릇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게 그들이다.

어떻든 그런 연금이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그저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었으나 이제 정부가 기업의 퇴직연금을 의무화해서 일반 직장인들도 그런 연금을 받게 하겠다고 나섰다. 그 취지는 일단 수긍할 만하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그 발상이 다소 위험해 보인다는 데 있다.

앞서의 안정적인 공적연금과 달리 기업의 퇴직연금은 잘못 투자해서 손실이 발생하면 노후 안정이 완전히 물건너 간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보면 주식이나 펀드 등 투자상품에 가능한 많이 가입하라는 일종의 투자규제 완화대책이다. 게다가 목돈으로 받으면 세금을 더 내게 한다니 퇴직 후에도 계속 연금 운영을 기업에 맡기고 불안하게 지켜보라는 얘기인가 싶어 의아하다.

물론 개인연금들을 보험사나 증권사에 들어두는 것과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지만 개인 선택의 여지가 더 좁다는 점에서 보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국민들의 노후 안정이 목적이었을까 의심스럽게 만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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