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만능주의의 덫
부동산 만능주의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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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데 기사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사하는 가구수는 늘었다지만 전월세 거래가 활발해졌달 뿐 직접적인 주택매매거래가 늘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전월세 거래는 시장 회복세와는 무관하게 계절적 변동요인과 세입자들의 재정형편, 주택소유자들에 의한 가격 상승 등의 영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 그런 결과를 놓고 어떻게 시장 회복세라고 해석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을 벌여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고 그나마 강남`양천`서초 등 투기선도지역이 주도적으로 상승세를 이끌고 있어서 대다수 국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시장의 변화를 찾기는 어려워 보이는 데 뭔가 석연찮은 분석 기사들이 쏟아지니 의아할 뿐이다. 물론 투기선도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매매가 상승이 있었다고는 한다. 문제는 재개발 기대지역의 가격상승이 일부 있어서 평균 거래가를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 정도를 보자면 시장 회복세를 견인할 수준도 아니다.

국민은행이 내놓은 KB부동산 전망지수에 따르면 매매거래지수나 매수우위지수도 비교적 양호하다니 향후 전망을 낙관하고 싶은 이들이 많겠지만 솔직히 지금 추이로 보자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가계여유자금의 투자처를 찾으며 대기 중인 자금 일부가 풀린다는 기대 정도는 할 수 있어도 경기회복에 영향을 미칠 수준으로 번져나가기에는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은행 창구쪽에서 관찰하기에는 LTV`DTI 규제 완화 이후 주택담보대출을 늘려 받는 이들이 늘어나니 착시를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내막도 알고 보면 다른 고금리 대출 상환에 우선 사용하는 사례들이 적잖다는 소식도 뒤따르니 주택거래와는 무관하게 일종의 대출 갈아타기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현재 한국 사회의 가계부채 상황이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국제기구들까지 걱정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뒤로 제쳐두고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기며 경기회복에 올인하고 있지만 그런다고 선뜻 집을 사겠다고 나서기에는 개인 및 가계의 재정상태가 녹록치 않다. 근로자 4명 중 한명은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는 현실에서 정부는 이들을 아예 관심 밖으로 밀쳐두고 중산층이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모양이지만 이미 중산층은 거의 괴멸된 상태 아닌가. 이런 식으로 가계부채의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해도 주택가격이 상승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과도한 담보비율을 적용해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했다가 시장침체로 곤욕을 치렀던 저축은행들의 전철을 시중은행들이 받게 되지 않을까 먼저 걱정하고 볼 일이다.

가처분소득 부족으로 적자나는 생활비를 주택담보대출 과도하게 받아 해결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든 가구의 수가 얼마인지도 지금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해주겠다며 자꾸 집 사라고 유혹하는 정부는 정말 제정신은 아닌 듯하다. 그런가하면 정부는 여전히 고도성장기의 미몽 속을 헤매고 있는지 수감 중인 재벌총수들의 사면 수순에 들어간 듯하다. 오로지 재벌만이 우리를 먹여 살릴 동아줄이라는 듯이 재벌들에 대한 처벌이 상대적으로 과도해 경기회복을 저해하다는 뜻의 발언을 법무부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이어 내놓고 있는 판국이다. 이런 각료들의 언행을 보자면 지금 우리 경제가 왜 이렇게 침체를 이어가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국내적 이유든 대외적 이유든 겉으로 드러난 구실 갖다 붙이며 세계적으로는 이미 한물 간 경제이론 짜 맞추기에만 열중할 뿐 한국사회를 면밀히 분석한 토대 위에서 합당한 우리만의 대책을 마련하는 일 따위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아리송하지만 우선 경제현상을 보는 눈부터 창조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뿐이다. 이미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양극화를 더 심화시켜서 어떤 미래를 꿈꾸려는 것인지 암담해 보이는 게 지나친 노파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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