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구속과 글로벌 경영
정몽구 회장 구속과 글로벌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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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금리 인상을 발표한 지난 금요일 한국의 주식시장은 하루만에 32포인트가 빠지며 충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기세좋게 상승세를 유지하던 증시, 더욱이 미국 증시의 호조 소식에 동반상승의 동력까지 얻어 크게 한번 차고 오를 듯하던 증시가 중국의 금리인상 소식 하나에 힘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는 미국의 동향에만 신경 쓰면 됐다. 그러나 이제 그러기에는 한국 경제의 볼륨이 커졌다. 세계 10위권에 들었니 마니 하는 소리가 나오는 위치에 오르고 보니 전세계 어느 나라와도 걸치지 않은 데가 없다.

게다가 중국은 교역상대로서 이미 미국을 제치고 1위의 자리를 다투는 위치가 됐다. 그 중국의 금리 인상이 곧바로 한국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증권시장의 반응이 그렇다면 수출업체나 수입업체들은 또 그들대로 희비가 엇갈릴 터이고 제조업도 덩달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은 이미 그만큼 커버렸다. 그 덕분에 외교 무대에서 어쩌다 한번쯤은 미국에 딴소리도 해보는 입장이 됐다. 지금 일본과 독도문제로 다투는 방식을 두고 조용한 외교를 끝내니 마니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한·일 경제관계가 이전과 달라졌음을 반증하는 예이기도 하다.

덩치가 커지고 나이가 들어가면 사람이나 조직이나 그 무엇이라도 그에 걸맞는 변신을 해야 한다. 간혹 20대의 충분히 성숙한 여성들이 시도 때도 없이 짓어린 말투를 쓰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그런 모습에 많은 이들이 역겨움을 느낀다. 나이에 걸맞게 사회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부조화 때문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한 재벌 총수의 구속을 둘러싸고 시끌벅적하다. “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는 비아냥을 들어온 검찰이 이례적으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는 점 때문에 재계는 뒤에서는 종주먹을 휘두르며 투덜대지만 행여 검찰의 심기를 거스를까 말조심 행동 조심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세계적으로도 그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현대자동차가 회장의 구속으로 심각한 이미지 훼손을 당하게 됐으니 따라서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재계의 우려를 담은 논평, 그 기업의 M&A 위험성이 IMF 때보다 더 커졌다는 외신 보도 등은 먹고살기가 버거운 많은 이들에게 적잖은 불안감을 안겨준다.

그러면서도 궁금해진다.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 됐는데 총수 한사람 구속되는 것 때문에 정말 휘청거릴까,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데 단지 그 일 때문에 수출이 차질을 빚을까, 세계화된 기업이 왜 국내법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했을까 등등.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로는 현대자동차의 매사를 회장이 직접 챙기고 간여하면서 시스템에 의한 의사결정구조를 갖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니 밑에서 웬만한 사안은 전결처리토록 한 많은 기업들이 흔히 하는 방식대로 회장은 뒤로 빠지고 밑에 월급쟁이 사장 혹은 구조본부장이 대신 조사받고 구속되는 상황을 연출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조직이 커지면 그에 합당한 역할분담과 권한의 분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세계 시장을 상대로 뛰는 기업이라면 매사 일처리 방식은 글로벌 기준에 맞는지를 점검해봐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글로벌이다. 세계 시장에서 단지 물건 잘 파는 것이나 여러 나라에 공장 늘어놓는 것만으로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인의 상식과 보편적 감성에 부합하는 경영, 개인에게 과도하게 부여된 권한 대신 시스템에 의해 선택과 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영이 글로벌시대 글로벌 기업에 요구되는 덕목이다.

실상 이번 사건으로 현대자동차가 세계 시장에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타격을 받는다면 그 진정한 이유는 회장이 구속된 사실 자체 때문이 아니라 불법적인 경영승계와 비자금을 1,000억 원씩이나 조성하고 그 중 500억 원을 노조 관리비로 썼다는 사실 등 비상식 때문은 아닐까 싶다.
 
덕분에 한국의 노동운동 역시 볼썽사나운 꼴을 보인 셈이 됐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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