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가 답인가
저금리가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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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가 또다시 인하됐다. 0.25%p 낮춘 2.0%. 그런데도 시장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일부에서는 벌써 추가 인하를 운운한다. 물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추가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고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성장 논리에 다시 밀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 다른 성장논리를 개발해서 집권자들 설득할 수 있기 전까지는 한은 총재의 목에 언제는 칼끝이 겨눠질 수 있을 테니까.

정부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종 부양책을 강구하고 있고 그 수단으로 예산, 세제 등과 더불어 저금리를 금과옥조처럼 붙들고 있다. 재정과 통화의 조합을 통해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금리인하가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발상은 다분히 대기업 위주 성장전략의 답습과 반복일 뿐이다. 대기업 수출기업에 저리 자금을 공급해줘서 기업투자를 늘리겠다는 발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늘 배반 당해왔다.

대기업이 돈이 없어 투자를 미루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처럼 만만하게 돈 벌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 것은 우리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금리인하가 오히려 국내외적 부작용이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하는 정책적 안목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경제 관료들부터 인식했으면 좋겠는데 그들의 머리는 너무 오래 권력의 맛에 취해버려 굳을 대로 굳어진 것이 아닌지 우려가 크다.

여전히 가계든 기업이든 더 빚을 늘리라고 채근하는 정부, 그래서 가계는 빚으로 더 펑펑 쓰고 살라고 부추기고 생산시설, 연구투자를 늘리기보다 자산투자에 더 열심인 기업들에게는 빚내서 더 자산 불리기에 나서라고 등 떠미는 정부의 창의력 결핍은 우리 사회의 전망을 더 답답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철학 부재의 권력이 앞장서서 벌이는 화석화된 사회 만들기다. 모두가 우리 사회를 선입관 버리고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며 함께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야 할 이 시기에.

지금 한국의 경제가 처한 단계는 하루라도 빨리 고도성장시대에 쌓인 과도한 욕망을 털어내고 전 사회적인 인내를 증대시켜야 할 때가 아닌가. 부채가 자산이라고 큰소리치던 고도성장기의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대기업에 의존한 총량적, 지표적 성장에 매달리다보면 사회적 부작용은 더욱 깊어질 뿐이고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영영 잃어버려 더는 성장의 꿈을 꿀 수 없는 시대를 맞게 될 수도 있으니까.

이미 우리는 선진국 문턱을 앞에 두고 기업의 체질개선을 이루지 못한 채 오랜 시간 머뭇거리고 있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체질개선은 비단 기업에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인 의식의 변화, 관습의 변화와 함께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툭하면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얘기한다. 그러나 창의력이 꽃필 시기에 시험공부에 매달리는 청춘들은 아예 창의력이 뿌리 채 뽑힌 상태로 세상과 대면한다. 조금의 창의력이 남아 있다 해도 그 이후로 취업 후 직장은 정해진 틀 안에서 사고하도록 강요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 속에 조금 남아있던 그 싹마저 시들어버리게 만든다. 창의력이 그 어느 곳보다 아쉬운 학술연구 분야에서조차 스승과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에서 한 발짝이라도 벗어나는 순간 그 분야에서 매장당하기 일쑤다. 사고의 반전 없이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면서도 노벨상을 꿈꾸는 것은 그야말로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의 과욕 자체다.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 그런 교육을 가능하게 할 사회문화적 분위기 만들기가 우선돼야 할 일이다. 먹고 사는 걱정을 뒤로 미루고 모험적으로 자기 길을 개척해 가는 사회, 그 길을 평생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꾸준히 가도록 권장하는 사회가 만들어낼 창의력 넘치는 사회야말로 어느 정부라도 꿈꾸는 미래를 설계할 가장 탄탄한 기반이 될 것이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 일이 과도한 성장 욕구보다 더 우리 사회를 성장시킬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경제 관료들은 몇십년 전에 개척된 길을 의문 없이 꾸준히 갈 뿐 새로운 길을 개척할 창의력은 부족해 보인다. 집권자에게는 그런 경제 관료를 뛰어넘을 철학이 부재하고 또 그들 이외의 인력을 구하고 활용하기도 만만찮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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