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공적수출신용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의 퇴직자들이 주관은행(주채권은행)으로 있는 성동조선해양, 대선조선 등의 등기이사와 감사 등으로 재취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채권단의 권력을 낙하산 인사에 악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수출입은행 출신 인사 8명이 성동조선해양과 대선조선의 등기 이사 및 감사로 선임됐다. 사내이사의 경우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감사는 7000~8000만원, 사외이사(비상임)는 1800만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 조건이다.
현 등기이사를 기준으로 성동조선은 대표이사를 제외한 사내·사외이사 4명 전원이 수출입은행 등 채권은행 퇴직자로 구성됐다. 수출입은행 2명, 우리은행 1명, 무역보험공사 출신 1명 등이다. 대선조선도 사내·사외이사 2명 전원이 수출입은행 퇴직자다.
특히 수출입은행에서 리스크관리부장을 지낸 방모씨는 지난해 3월31일 은행을 퇴직한 뒤 다음날인 4월1일부터 성동조선의 사외이사를 맡았다. 수출입은행의 창원지점장을 지낸 이모씨는 은행 퇴직일인 지난해 3월28일의 이튿날인 3월29일부터 성동조선의 감사를 맡았다.
성동조선과 대선조선은 지난 2010년 4월 각각 채권단 자율협약을 체결했으며, 수출입은행은 양 기업에 대해 오는 2015년 말까지 원금상환유예 및 이자율 감면, 신규자금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
자율협약 이후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에 8회에 걸쳐 총 1조3000억원을 대출해줬다. 9월 말 잔액기준 수출입은행은 대출과 보증 합산 총 1조6천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성동조선 채권비중의 51.4%를 가진 주채권은행이다. 대선조선의 경우 수출입은행이 총 4회의 걸쳐 2415억원을 대출해줬으며, 대출과 보증을 합쳐 4735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대선조선 채권비중은 56.2%다.
이에 대해 최재성 의원은 "국책은행의 중견조선사에 대한 지원이 은행출신 인사들의 자리 채우기로 악용되어선 안 되는 일"이라며 "조선산업에 대해 무지한 금융권 출신 인사들이 어려움에 처한 조선업체의 회생을 제대로 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