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노믹스 표류의 원인
초이노믹스 표류의 원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임 직후 재정과 세제의 확장정책을 내걸며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 23일로 취임 100일을 맞으며 받은 그의 성적표는 한국경제의 전망만큼 우울하다.

국가채무 및 재정적자를 대폭 늘리면서까지 41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재정금융 지원책을 내놓은 효과는 채 두 달을 넘지 못하고 주가지수를 150포인트 가까이 추락하는 결과만 초래했다.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등 대외변수를 핑계로 삼지만 그만한 대비 없는 정책을 내놓았다고 보기는 어려우니 결국 정책의 약발이 조기 소진됐다는 의미다.

부동산시장은 일단 규제완화의 효과로 거래가 활발해 보인다. 지난 8월 거래량은 5년래 최고 수준이었다고 하니 거래의 숨통이 트인 것으로 볼 만하다. 같은 달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1주일 만에 0.11%가 뛰는 등 수치적으로 보면 시장이 활성화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미래의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높아졌다는 해석은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거래 활기가 가져올 파급효과 내지 후유증은 적어도 새로운 거래가 다시 발생할 2~3년 후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지금의 시장상황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또한 전월세 가격은 서민들의 부담을 대폭 키우는 방향으로 형성되고 있다. 전세를 유지하려면 전세비 부담은 급속히 늘고 또 올라가는 전세비를 감당하기 어렵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야만 하는 서민 가계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지속되는 저금리 상황에서 전세보증금은 곧 부채에 불과하니 어지간하면 너나없이 월세로 전환하려 드는 추세다. 그래서 소액이라도 월세를 꾸준히 받을 수 있는 반전세가 부쩍 늘었다.

주택가격이 오르고 전월세가 오르는 것과 동시에 여타의 물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는 저금리정책으로 물가상승이 억제되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그나마 낮은 물가상승률은 서민가계의 압박을 덜어주는 요인이지만 기업입장에서는 악재에 악재를 더하는 일 일 수밖에 없다. 저성장 기조로 가뜩이나 소비는 위축돼 있는데 가격인상에도 제약이 걸릴 수밖에 없어서 나타나는 낮은 물가상승률이다.

그래서 과거 한국경제를 살렸던 저금리, 저달러, 저유가의 3저에 빗대어 요즘은 저성장, 저물가, 엔저의 신3저가 한국경제의 악재라는 말이 있는 모양이지만 이는 잘 풀릴 때의 호재가 잘 안 풀릴 때는 악재로 변해버리는 현상이니 재료만 갖고 이러쿵저러쿵 할 일은 아닐 성싶다.

결국 이리 메치나 저리 메치나 경제성장이 있고 나서야 같은 재료라도 악재를 호재로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경제성장률이 기대만큼 나온다면 당연히 물가는 오르겠지만 지금처럼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고도 경제성장이 질척댈 경우 그 후유증은 일반의 상상 이상일 수 있다.

거기에 물가까지 오른다면? 상상하기도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미리 염두에 둘 일이다. 지금도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하는 저소득 영세민들이 줄어드는 지원금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오히려 정부가 돈이 없어 그런다는 담당공무원의 말에 나라 걱정 한 아름 안고 돌아온다는데.

그보다는 5년 단임 정권의 한계를 잊고 2~3년 국민들의 인내를 더 구하며 뼈아프게 구조개혁을 이뤄내려는 의지가 지금 더 필요하지 않겠는가 싶다. 시쳇말로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중간평가에 너무 목매달지 말고 탈정치하는 국가지도자로 나설 일이다.

그리고 총량적 성장에 너무 매달리지 말 일이다. 솔직히 총량적 성장으로 치면 현 정부가 실패한 대통령 취급하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 그 뒤를 이어 세칭 경제대통령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명박 대통령 시절보다 더 좋은 실적을 내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성공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 정부가 어째서 총량적 성장에 그토록 급급한 것인지 의아하다.

물론 어느 정권이든 국리민복을 위해 힘써야 하고 그러자면 경제성장이 매우 중요한 바탕이 될 것이다. 다만 단순한 GDP성장만으로는 국리민복에 다가가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