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징계 대상자 90% 제외…"합리적인 해결 촉구"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그간 은행 조기통합에 대한 논의를 일체 거부했던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금융지주에 대화를 제의하고 나섰다. 이는 외환은행이 노조 임시조합원총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추진했던 대규모 직원 징계를 대폭 축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은행 노조는 28일 "이제는 진정성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에게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한 원만하고 합리적인 해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가 조기통합과 관련해 협상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의 이같은 결정은 전날 외환은행이 인사위원회를 열어 38명을 최종 징계 대상으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당초 조합원총회에 참석했거나 참석을 목적으로 근무지에서 이탈한 직원 900여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한 바 있다. 하지만 전날 사측은 90% 이상을 징계 대상에서 제외하고, 징계 대상자 38명 중에서도 중징계(정직·감봉)는 17명으로 분류했다.
결국 사측이 직원 징계의 강도와 범위를 대폭 축소하자 그간 조기통합 논의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던 노조도 태도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조기통합을 논의하기 위한 공식 노사 대화는 모두 무산된 바 있다. 사측도 노조와의 협의를 이유로 은행 통합 관련 이사회를 두 차례에 걸쳐 연기했다.
노조 관계자는 "통합 여부나 시기, 조건 등에 대해 자신만의 이해를 앞세운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2.17 합의서'에 기반한 논의가 될 때만 진정성이 담보될 수 있다"며 "노조의 모든 요구와 주장을 대화의 장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간 조기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은행 통합 과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노사 합의와는 별개로 이달 안으로 금융당국에 은행 통합 승인을 신청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