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만에 230만원 싸져…"정책 바뀐 것 아냐"
[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최근 미국에서 현대차 신형 쏘나타의 인센티브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차량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업체 등의 고(高)인센티브로 실적에 지속적인 타격을 입자 현대차가 '제값 받기' 정책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업계 추측이 나오고 있다.
24일 미국 자동차 구매 사이트 트루카닷컴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서 현대차 쏘나타의 최상위 트림 2.4 리미티드 모델의 인센티브는 4929달러(약 549만원)로 지난 1일 2828달러(약 315만원)보다 약 42.6%(약 234만원)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자동차 가격은 업체가 딜러에게 제공하는 판촉비인 인센티브에 따라 정해진다. 완성차 업체에서 자동차를 구매한 각각의 딜러가 해당 지역과 상황에 맞게 인센티브를 조절, 적정 가격을 매긴다.
쏘나타의 권장소비자가(MSRP) 2만7335달러(약 3045만원)에서 인센티브를 제하면 LA에서는 2만2406달러(약 2496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6월 출시된 쏘나타의 가격(인센티브 포함)은 출시 이후 지난 8월까지 2만5000달러선, 이달 초까지는 2만4000달러선을 유지했으나 이후 2만2000달러선까지 뚝 떨어진 것이다.
동부 지역인 뉴욕에서도 쏘나타 가격은 급격히 하락했다. 지난 8월 2만4931달러(약 2770만원)에서 이달 초 2만4263달러(약 2696만원)까지 하락폭이 완만했으나 지난 22일 가격은 2만2785달러(약 2532만원)까지 낮아졌다.
이는 최근 인센티브를 늘리고 있는 닛산 알티마와 도요타 캠리 등 경쟁 모델의 가격 하락 현상과도 비슷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혼다 어코드보다 오히려 더 많은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지속적인 내실경영을 위해 과도한 인센티브 지급을 자제하는 이른바 '제값 받기' 정책을 펼쳐왔다. 도요타와 닛산 등 엔저에 힘입은 일본 업체가 인센티브를 확대해 가격 경쟁을 늘렸지만 현대차는 당장의 점유율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브랜드 이미지를 올리겠다는 뚝심을 보였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의 자동차 가격은 (현대차) 본사가 미국 딜러사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여기에 딜러가 추가로 인센티브를 얹어 판매한다"며 "본사 차원의 인센티브는 기존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값 받기 정책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딜러사 혹은 딜러 개개인이 고객에게 주는 인센티브까지 본사가 제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 실적 부진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지난 8월 7만3대, 9월 5만6010대, 지난달 5만81대로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떨어지면서 지난달에는 점유율이 올 들어 가장 낮은 3.9%를 기록했다.
특히 쏘나타의 경우 미국에 처음 출시된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간 총 4만1994대가 팔려 이전 모델인 YF쏘나타가 미국에 처음 출시된 뒤 4개월 간의 성적보다 13% 가량 낮게 나타났다. 지난달에도 LF쏘나타와 YF쏘나타를 더한 판매량은 1만5563대로 지난해 쏘나타의 월판매 평균치 1만6970대에도 못 미쳤다. 이 추세라면 신형 쏘나타의 연간 목표 9만3000대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내년 1월에 출시되는 쏘나타 1.6 터보 모델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쏘나타와 함께 월판매 1만대 이상을 기록하는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도 모델 노후화로 지난달 판매(1만986대)는 두달 전인 8월(2만552대)에서 크게 떨어져 올해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엘란트라 신형 모델의 미국 출시는 내후년쯤 예정돼 실적 만회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에서 쏘나타와 앨란트라가 속한 중형차(Mid-size Car) 시장은 성장세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현대차는 '제값받기'를 통해 수익성을 지키고 브랜드 이미지를 올리겠다는 복안이지만 최근 추세로 보면 가격 경쟁력 없이는 시장성을 지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센티브와 관련해서는 "현재 앨라배마 공장은 가동률이 100%를 넘지만 주력 생산 모델인 쏘나타와 앨란트라의 판매 감소가 지속되면 재고 부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동차를 팔아야 하는 미국 현지 판매상 입장에서는 경쟁 모델과 가격을 맞추기 위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법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