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탕 환율, 이대로 괜찮나
냉온탕 환율, 이대로 괜찮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봄,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 아래로 떨어질 것 같다고 호들갑을 떨더니 이제는 다시 1,100원을 훌쩍 넘겨 4일 마감 기준 1,115.2원에 이르렀다.

엔저에 동조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플라자 합의로 세계 환율시장을 흔들었던 30년 전과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는 국제환율시장의 흐름에서 보자면 한국경제의 바탕이 그간 꽤 든든해졌다고 믿어도 되는 상황인가 싶기는 하다. 하지만 여전히 정말 그럴까 싶은 의구심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당시 엔저의 속도는 대단했다. 달러당 80엔 하던 환율이 불과 2년 만에 50% 상승해 120엔을 넘어섰으니까. 그 여파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잇단 외환위기로 이어졌었는데 이번에는 원화가 엔화와 동조현상을 보인다니 일견 괜찮아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문제는 당시 일본이 그런 급격한 엔저로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던 미국의 역공을 초래했었다. 결국 G5의 합의에 의한 달러 약세화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이 그 후 소위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하게 되면서 미국 이외의 모든 나라가 고통을 공유하게 되는 사단이 벌어졌던 기억을 떨칠 수는 없는 일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국내 경기 호전 양상이 보이면서 글로벌 달러의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되고 있지만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인해 머잖아 다시 수입장벽을 무기로 내세우며 환율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도 미리 대비책을 세워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전문적인 분석은 전문가들의 몫이니 그들에게 맡기고 그저 단순하게 예상을 해보자면 일단은 환율의 빠른 상승으로 기대할 만한 당장의 긍정적 효과들이 꽤 있어 보인다. 그게 국민 다수의 입장일지 혹은 국가경제의 총량적 성과일지는 차치하고.

우선 그동안 꾸준히 증가했던 중산층의 해외여행은 꽤 어려워질 테고 근래 문제로 대두됐던 해외 직접구매의 증가세도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해외로부터의 여행객은 늘 여건이 됐고 수출기업들도 숨통이 트이게 되리라.

이리 되면 정부로서는 경상수지 흑자폭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겠지만 반면 중산층들로서는 삶의 여유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을 테고 그런 만큼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질 수밖에 없겠다.

대부분의 생필품이 이미 수입 완제품이든 가공품이든 수입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 속에서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할 것이고 로열티 없이 생산되는 상품이 드문 한국 기업들로서는 로열티 부담 증가로 인한 가격압력이 증대될 테니 그 또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나마 수출기업들이 성적을 올릴 호기인데 여전히 수출 시장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가격경쟁력 하나 믿고 덤빌 만만한 시장으로 머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요 근래 미국의 무역상대국에 대한 정책은 꽤 저열한 수법들까지 총동원되는 느낌이 드는데. 정부는 여차하면 반덤핑 관세를 들고 나설 것이고 미국내 경쟁기업들은 일단 갖은 명목의 제소부터 시작해 시간을 끌며 시장에서 따돌림을 도모할 테고.

그 뿐인가. 정치적으로도 한국은 미국 정부의 압박에 자주 주저앉고 있는 형편 아닌가. 특히 미국보다 더 강경하게 대북 압박정책을 구사하는 정권들일수록 미국의 압력에 허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니 앞으로의 일들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일본의 아베 정권이 비공식적 환율조작으로 침체국면의 빠른 탈출을 꾀한 이후 당장은 제법 성과를 내고 있는 듯이 보이는데다 이번에는 G20 중 7개 강국들로부터 확실한 지지까지 획득해 희희낙락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실정이 점점 더 30년 전 상황을 닮아가고 있다. 양적완화를 통해 풀렸던 자금의 회수에 들어가면서 금리인상하고. 그런데다 엔 달러 환율도 30년 전과 흡사하다.

그 다음 수순이 그때와 다르리라고 그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 일본은 그 대단한 외교력으로 자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더욱이 지금은 그때보다 엄청나게 성장한 중국이 미국의 일방적 외교에 정면으로 맞서기까지는 어려워도 제법 딴지를 걸 능력도 갖췄으니 또 어떨지.

그래도 정부는 좀 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대비해 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