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디플레이션 대응 능력
우리 정부의 디플레이션 대응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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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한해를 기원해야 할 신년 초부터 우울한 경제전망들이 쏟아진다. 그중 가장 큰 이슈는 지난 연말부터 계속 거론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우려다.

정부는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말로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지만 금융권을 중심으로 민간에서는 이미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이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이미 디플레이션 상태라고 주장하는 순수 민간부문 논객들도 적잖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비단 한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유럽의 디플레이션 우려는 꽤 심각하다는 소식들이 미디어를 덮는다. 발권력을 최대한 동원해온 아베노믹스의 일본도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승승장구하는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양적 완화의 마감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잠재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물론 이런 비관적 전망이 사실이 된다고 그 누구도 확신하고 말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경우는 FRB 자넷 옐런 의장이 그 무엇보다 경제에서 디플레이션의 위험을 강하게 경계하고 통화정책의 통제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잃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게 현재 단계에서는 가장 이성적 판단이 아닐까 싶다.

물론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그에 대해 적절히 대처해 나간다면 우려는 단지 우려로 그칠 수도 있다. 지금 전 세계가 디플레이션에 대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처해 나가고 있으니 어떻게든 해법이 찾아질 것이라 믿고 싶은 게 보통 사람들의 절실한 심정이기도 하다.

일단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지고 나면 그 상태에서 빠져나오기는 참으로 힘들다. 그런데 장기간 침체를 보이고 있는 세계 경제는 각국 정부로 하여금 저마다 발권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유혹하고 있다. 특히 정치인들로서는 어떻게든 임기 내에 경제성장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마련이니 이런 정책적 유혹을 피해가기 어렵다.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 부문부터 돈을 풀지 않을 수 없는 데 이미 위축된 경기는 세수 감소로 이어지니 재정확보에서부터 어려움에 직면하게 돼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한정되니 결국 발권력에 의존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세계적인 통화 확대가 똑같은 결과로 나타날 수 없다는 점이다.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살아있고 사회적 분배 기능이 제대로 갖춰진 건강한 사회에서는 정책자금들이 풀리면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풀려나간 정책자금에 대한 제도적 통제와 이를 가능하게 만들 사회적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기업을 향해 풀려나간 돈은 단지 투기자금화하거나 개인금고에 사장되어버리는 사태도 발생된다. 특히 빈부 계층간 양극화가 심한 사회일수록 그런 양극화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게 되며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현재 금본위시대로의 회귀를 거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금 미국 연준 지하금고에 보관시켰던 금을 찾아가는 바람이 불고 있다고도 한다. 이미 네덜란드가 미국에 맡긴 금을 찾아갔고 독일은 맡긴 금 달라고 요구했지만 미국이 그 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고도 한다. 물론 이런 소문들에 대해 미국 정부는 물론이고 아마도 한국 정부도 음모론이라고 일축할 것이니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필자로서도 속단할 일은 못된다.

다만 미국이 금을 풀어 금값을 떨어트렸다는 소문의 진위와 상관없이 현재도 금값은 떨어지는 데 돈 많은 개인들이 꾸준히 그 금을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국가는 금이 없고 부유한 소수 개인들만 금을 갖고 있어서 국가체제의 급격한 약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다.

만약 이런 황당하기까지 한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그때는 그 누구라도 단순히 발권력만으로 디플레이션 사태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현대의 그 복잡한 금융시스템이 한순간에 붕괴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극단적 상황은 현재로서는 단지 상상의 영역에 속하지만 지금 정신없을 정도로 각국 정부들이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며 환율을 요동치게 만드는 상황에서 과연 모두가 적절한 시점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까.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우르르 무너지는 도미노현상이 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도 없는 데. 그럴 때 한국정부의 대응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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