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比 38%↑…3년만에 증가 전환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이 6조원을 넘어서면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를 그릴 전망이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지배주주귀속 기준) 추정치는 6조305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4조5625억원에 비해 38.2% 늘어난 수치다.
그간 금융지주사 순익이 2011년 8조8322억원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향곡선을 그려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수년만의 상승반전인 셈이다. 지난해에도 영업환경이 어려웠던 것은 마찬가지지만 대손충당금 관리 등을 통해 이같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신한금융지주는 전년대비 14.4% 증가한 2조1775억원의 순익을 기록, 지난해에 이어 금융지주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빼앗겼던 '2조 클럽' 타이틀을 무난히 되찾을 전망이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신한지주는 2014년 순이자마진(NIM)을 잘 방어했고, 대출증가율이 계획보다는 매우 높았다"며 "충당금 환입 부분이 많았고, 유가증권 매각 이익도 한몫했다. 자회사 실적을 봐도 지난해는 전반적으로 안정된 한해였다는 느낌이다"라고 분석했다.
KB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보다 19.4% 늘어난 1조5055억원이다. 특히 충당금 정책이 보수적이라 인위적인 충당금 적립 가능성이 낮고, 대손비용이 분기당 3000억원대 초반을 유지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4분기 NIM은 전분기대비 3~4bps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자산건전성은 여전히 안정적인 상태다.
하나금융지주는 전년 동기대비 17.1% 늘어난 1조932억원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보다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는 셈이지만, 당초 기대에 비해서는 낮은 순익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전배승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의 대출 증가율은 4% 내외에 그칠 전망인데, 이는 수익성과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대기업 여신을 축소하고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억제했기 때문"이라며 "하반기 부진했던 대출 성장과 추가 충당금을 비롯한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지주사와 합병 절차를 밟은 우리은행은 한 해동안 1조5289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우리은행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228.6%의 증감율을 보였다. 일회성 법인세 6043억원이 환입된 영향이 가장 컸다.
하지만 올해 은행산업 전망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은행들이 부담해야 할 대손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무역보험공사가 모뉴엘 사태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을 비롯해 수익성 하락 요인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양호한 대출 증가율을 바탕으로 이자 이익은 견조한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이지만,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정부의 주택담보 대출의 고정금리 전환 유도 정책 등을 감안할 때 수익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