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한 콘텐츠의 '관제 드라마'
빈곤한 콘텐츠의 '관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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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대선 과정에서부터 창조경제를 강조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틈만 나면 미래 산업동력으로서의 문화콘텐츠를 강조하곤 한다. 그런데 박대통령과 그의 청와대는 도무지 그 자랑스러운 콘텐츠가 보이질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올해 두 번째의 연두기자회견이 있었다. 그 연두기자회견도 집권당이 스스로를 홍보하는 것에서 나아가 국가의 위상을 드러내고 국제정치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데 매우 유용한 콘텐츠다.

그런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이 지난해에도 그랬고 올해도 여전히 볼품없이 지루한 의례행사로 그치고 말았다. 연 초이니까 그냥 한번은 치러야 하는 단순한 연례행사로 그치고 만 것이다. 정해진 순서, 준비된 질문과 답변으로 일관한 자리는 결코 기자회견의 본 모습도 아니었고 한편의 지루한 관제 드라마를, 그것도 지난해에 이어 재탕해서 보는 느낌이었다.

이런 걸 청와대에서는 대화요 소통이라 여기는지 모르겠으나 그걸 보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는 듯하다. 새해 기자회견을 잘못했다는 평가가 과반을 넘어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봐도 그렇다. 영남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잘했다는 평가보다는 잘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을 보면서 정말 대화가 무엇인지, 소통이 무엇인지를 모르거나 아예 관심조차 없는 정권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인터넷상에서는 ‘각본’이라는 표현이 난무한다. 어느 네티즌은 ‘각본은 있고 진정성은 없었다’고 표현했지만 각본이라면 참으로 허접한 각본이었다.

워낙 기자회견이 드물다보니 기자들의 자유로운 질문과 미흡한 답변에 대한 후속질문이 이어지며 조금은 치열한 취재를 기대했던 국민들로서는 맥 빠진 질의응답에 언론에 대해서도 화를 내고 있다. 특별한 내용도 없이 대통령에게 일방적인 대국민 설득의 기회만 제공하고 만 기자회견은 기자회견 아닌 대통령의 일방적 담화문이나 다름없었다는 냉정한 평가도 덧붙여진다. 한 네티즌은 아예 박근혜 대통령에게 F학점을 줬다. 국민들의 바람에 답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경기가 어려운 현실, 임기중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시대를 재현하며 경제성장의 성과를 올리고 싶을 박근혜 대통령의 열망이 겹쳐지며 경제 활성화를 거듭 강조하는 자리였지만 그런 만큼 경제민주화는 철저히 외면당하는 이슈가 됐다. 저소득층의 삶이 나날이 팍팍해지고 청년실업자가 넘치는 시대, 그래서 취업자들의 입지도 갈수록 위태로워지며 비정규직의 비율은 높아져가는 세태 속에서 가계부채는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부풀어 오르고 있는데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고 오히려 빚을 더 얻도록 독려하는 각종 정책들.

그런 현실의 문제를 해소할 방안이 박근혜 정부로서는 경제 활성화이고 그를 위한 대책이 대기업 위주의 감세정책과 규제완화, 반면 간접세 중심의 세금인상을 통한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공평한(?) 과세방침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러니 정치적 이념에 휩쓸리지 않는 대다수 국민들 입장에서 대통령의 현실인식을 달갑게 받아들이기는 힘든 것이다. 기자회견을 보면서 서민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내용이나 공감이 없다는 차가운 평가가 나오는 것에 유념할 일이다.

대통령의 왜곡된 현실인식은 인사문제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그렇게 무수한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내 사람’에 대한 신뢰는 거의 집착 수준을 보여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오죽하면 집권당 내에서 비판들이 흘러나오겠는가. 그런데 그런 비판세력에 대해 오히려 음해공작까지 청와대 내부 인사들을 통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소문들이 나돌고, 그로 인해 당`정간 볼썽사나운 치고받기 식의 갈등이 노출되는 현상 자체를 감추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는 인기 콘텐츠들의 공통점은 기존의 상식을 깼거나 어설픈 이념의 틀에 사로잡히지 않은 아이디어가 돋보였다는 점이다. 그 바탕에는 그 어떤 고정관념도 뛰어넘어 오로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관계를 다룬 드라마 혹은 인간 내면의 열정과 열망을 끄집어내는 신명나는 리듬이 있었다는 점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정 콘텐츠산업을 키우고 싶다면 바로 그런 ‘사람’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고 말을 뱉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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