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물론 외환은행 전 행장들의 모임인 외환은행 지키기 추진본부도 검찰 수사를 지지하며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시중의 기대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검찰이 지난 29일 동시다발적인 압수 수색에 나서면서 외환은행 사태는 또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사 4명에 수사관 등 총 30여명이 은행 업무가 시작되기도 전인 오전 8시45분부터 외환은행 본점에 들이닥쳐 오후 6시까지 하루 종일 15층 행장실을 포함, 재무기획부, 여신심사부, 전산 서버, 창고 등을 뒤졌다. 압수 수색은 외환은행 본점뿐만이 아니고 매각 당시 은행장이었던 이강원 씨가 사장으로 있는 한국투자공사 사무실, 이달용 당시 부행장의 집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매입자인 론스타에 법률 자문을 한 김&장 법률사무소로부터는 외환은행 매입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서 이미 BIS 자기자본 비율 전망치가 낮게 산정된 사실은 드러났지만 그런 수치를 ‘조작’했고 그 조작을 누군가가 ‘지시’했을 것이라는 심증을 확인시켜 줄 증거 확보에는 실패했다. 검찰로서는 감사원에서의 관련자들 증언 가운데 있었을 거짓말을 깨뜨릴 증거가 필요할 것이다. 검찰이 저만큼 열성을 보인다면 어떻게든 그 증거는 찾아지리라 믿는다.
그런 진행과는 별개로 이 사건을 보며 ‘시대’의 파고를 넘는 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외환은행 사태뿐만 아니라 근자에 이어지고 있는 대형 수사 사건들 속에 지난 시절의 ‘관행’을 업고 저질러지던 불법, 무책임 행위들이 단죄되는 역사적 사건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외환은행 사건은 그 가운데도 더 심한 사례일지 모르나 많은 경우 예전 같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를 관행적 불법들이 사건화 됐다. 그러니 사건 주인공들로서는 잘못을 반성하기보다 왠지 억울하다는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좀 더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도 되지만 동시에 현재 우리는 격변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외환은행 해외 매각은 IMF와의 약속이니 정부도 별 수 없다. 기왕 팔릴 떡이라면 떡고물은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다. 떡고물 좀 늘려보자.”
2003년 당시 외환은행 매각에 개입한 사람들 중 단 몇 사람이라도 이런 생각을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사건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주요 결정권을 쥔 몇 사람만 조직적으로 일을 꾸미려 들면 못할 게 없었을 것이다.
참혹한 6.25 전쟁의 와중에도 수복되는 서울에 먼저 입성한 군인들 가운데 몇몇은 목숨 걸고 싸우는 동료들 등 뒤에서 버려두고 간 피난민들의 재산 거둬 챙기기에 혈안이 됐다고 했다. 우리 사회는 그게 격변의 시대를 잘 헤치고 지나가는 지혜인양 했던 현대사를 살았다.
재벌의 역사 또한 해방공간에서 소위 적산 불하로부터 시작되지 않았던가. 물론 친일파 재산 몰수야 당연했다지만 그 틈에 그 재산의 소유권이 적법하고 합리적으로만 이관되지 못했다는 것을 누구라도 대충은 짐작해온 일이다. 그 후 쿠데타 세력에 협력하며 대일청구권 자금을 특혜로 받아 재벌은 발판을 마련했고 쿠데타 세력들 또한 취약한 정치적 기반을 메꿀 정치자금을 벌었지 않았던가.
그런 역사의 연장선상에서 IMF 사태를 단지 축재의 호기로만 보았음직한 저들은 어쩌면 급상승의 고비가 꺾인 증시에서 상투 잡은 주식투자자처럼 투명한 사회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비리호의 막차를 탄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참으로 밝은 미래를 기대해도 좋은 일일 터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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