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한국경제의 체질개선
갈길 먼 한국경제의 체질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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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이제 서민들은 동전까지 털어서 생활한다는데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경제문제가 뒷전으로 밀려있었다. 물론 정부는 애가 타는 모양새를 보여줬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제현상을 총체적으로 보는 시야가 열리지 못했고 야당은 정치적 무력감을 벗어나지 못한채 허우적댔다.

그러던 야당이 이제 친노는 친노대로, 비노는 비노대로 각자의 정치적 노선을 따라 경제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친노든 비노든 기조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는 보이지 않지만 아직 하나의 목소리로 합쳐지지는 못한 모양새지만.

이제부터는 정말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 됐다. 여태 야당 탓만 하며 부진한 경제실적을 덮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런 핑계거리를 대기 어려워질 것이고 순수하게 정부의 정책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경기회복의 기세를 올리고 있는 나라는 미국 밖에 없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풀었던 공적자금은 다 회수됐고 이제 너무 빠른 성장을 걱정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물론 전세계에 재정위기의 두려움을 전파했던 유럽도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는 있다. 그런대로 더디지만 한걸음씩 수렁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은 그리스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미국 주도의 저유가 전략에 휘말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러시아는 경제위기를 실감하는 국민이 점점 늘어 최근 조사결과로는 71%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그런 위기의식이 어쩌면 힘들수록 군비증강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조짐을 보여 불길하다. 경제위기감이 고조됨에도 불구하고 핵잠수함 5척을 추가 건조키로 했고 ‘우리에게는 핵이 있다’는 식으로 주변국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 발언이 어느 쪽을 향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미국 방위라인의 최약체 고리라는 점에서 마음 편하기는 어려운 처지가 아닌가 싶다.

물론 중동의 산유국들도 저유가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지만 정치체제가 다른 그들은 위기감이 상대적으로 덜해 보인다. 미국과의 힘겨루기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버티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이니 어쩌면 앞으로 꽤 오랜 기간 저유가의 향연을 전 세계가 누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이 비산유국인 한국 입장에서 하나의 기회일 수도 있지만 한국경제는 여전히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기어가고 있는 형국이니 참 답답하다. 이런 형편이 한국 뿐만은 아니고 중국도 일본도 썩 좋은 상황은 아니어서 한국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미 대미수출액을 넘어서기 시작한지 꽤 된 대중수출부터 영향 받지 않을 수 없으니까. 게다가 엔저호황을 만끽하던 일본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것도 경제적으로는 그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엔저 자체가 이래저래 한국경제에 타격을 주어온 마당에 성장세가 주춤한 일본시장을 향한 수출이라면 더욱 힘겨워지는 게 아닌가 싶어서다.

어쩌면 지금 세계경제 자체가 체질개선을 해야 할 전환점에 놓인 것이 아닌가 싶다.

유럽의 단일시장 시도가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는 있지만 차츰 회복기로 들어서는듯하니 앞으로 유럽시장이 어떤 미래를 그려갈지 흥미가 커진다. 이 유럽시장의 성패가 확연히 드러날 때쯤이면 지금 요구되는 경제 블록화를 외면한 다른 지역들이 뒤따라 나서기에는 늦을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도 들면서.

그런데 한국은 지역 경제 블록화를 주도할 의지는 고사하고 국내 경제의 체질 개선조차 못하고 있다. 그저 미국 따라가기, 일본 따라가기에 급급하던 한국 경제가 이제는 단순히 따라가기를 하기에도 버거워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모방은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 과정을 거치고서야 비로소 창조적인 발전을 해나갈 수가 있다. 많이 웃어주는 어른들 틈에서 큰 아이는 잘 따라 웃을 줄 알고 좀 더 크면 남을 배려할 줄도 안다. 그렇게 크던 아이들이 갑자기 어른들 말 안 듣는 나이에 이르게 된다. 비로소 독립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지금 한국 경제는 과연 어느 단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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