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경기회복을 위한 충분조건
임금, 경기회복을 위한 충분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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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정치권과 재계가 또다시 올해의 최저임금 인상폭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모양이다. 저소득층 서민들의 생활안정에 중요한 요소이니 여야 정치권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임금 인상의 주체가 될 경영자들 입장에서도 그 인상폭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더욱이 올해는 총선거를 1년 남짓 남겨둔 시점이니만치 정치권으로서는 여`야 가릴 것없이 임금인상폭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 앞에 각인시켜야 할 필요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겠다. 내년 4월로 일정이 잡혀있는 총선을 앞둔 재계 입장에서는 내년 임금인상 압박을 고려하며 올해만은 어떻게든 인상폭이 커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려 하겠지만.

경영자총연합회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임금인상 발언이 나온 지 하루만에 올해 최저임금을 1.6%만 올리자고 받아치고 나온 것도 그런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경총으로서는 자칫 정부와 갈등을 빚는 인상을 줄까 우려해 미리 준비된 발표내용이라고 강조하고 있긴 하지만.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는 경기 침체를 극복해야 할 중대한 과제를 앞에 두고 있는 상태에서 그 침체 극복의 방안에 이견차가 상당히 커 보인다. 경총의 발표 내용이 재계 전체적인 의견인지 여부는 차치하고 무조건 임금지출을 줄여야만 기업에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경제인식으로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돌파해 나갈 능력이 재계에는 없다고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소비없이 기업이 살아날 길은 없을 테니까.

이미 기업중심, 성장중심의 초이노믹스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경환 부총리가 방향전환 가능성을 보일만큼 지금 한국경제는 활력을 잃고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를 정부의 경제수장이 직접 언급하고 나선 마당이니 어떻게든 소비자이기도 한 노동자들의 소득이 늘어 소비가 일어나야만 할 긴급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동안 임금인상을 꾸준히 요구해온 야당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했던 정부`여당도 이제야 임금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은 비록 늦기는 했을망정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야당에서도 이구동성으로 정부의 입장 변화를 환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줄곧 야당을 국가경영의 파트너가 아니라 발목 잡는 적대적 세력으로 대해온 것에 비해 이제라도 태도를 바꿀 시점이 됐다는 점까지 인식의 변화가 나아간다면 더욱 다행스럽겠다. 서민 생계를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지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여`야 정치권과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대책을 마련하길 바라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정부가 듣기 싫은 소리라 해서 외면하는 태도는 버려야만 정부`여당도 살고 국가 경제도 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내년 총선도 있는데 국민들이 언제까지나 선동적인 언론 보도에만 끌려 다니며 또다시 표를 던질 것이라고 여겨서는 얻고자 하는 결실을 얻기 어렵지 않겠는가.

급등하는 전`월세 가격으로 서민들은 주거비에 소득의 너무 큰 부분을 지출하는데 나오는 전`월세 대책이라는 것마다 별달리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가뜩이나 많은 가계부채에 소득은 제자리걸음인 서민들이 소비를 하고 싶어도 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임금인상 대신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필요인력조차 제대로 충원하지 않아 직장인들이 ‘먹고 잘 시간도 없다’는 시간빈곤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아닌가. 그런 시간빈곤을 당연시하며 살다보니 휴식의 중요성을 잊고 아이들마저 그런 시간빈곤 속으로 내몰고 있다.

휴식은 충전인데 휴식에 익숙치 않다보니 어쩌다 쉴 시간이 주어져도 제대로 쉴 줄을 모르고 더 피곤한 컴퓨터게임, 스마트폰 조작에나 몰두하는 청소년들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 사회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다 문제점을 얘기할 때조차 아이들이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있는 것인지 의아스러운 주장들이 난무한다.

하다못해 컴퓨터나 스마트폰도 충전이 안되면 사용불능 상태가 되는 데 하물며 사람이 충전없이 어떻게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으며 더욱이 정상적인 성장을 해나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인지 고민조차 않는 것만 같다. 사회가 온통 제정신을 잃은 것만 같은 한국사회의 이런 문제들에는 정치권도 재계도 다 책임이 크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 따라하기에만 급급해 자식들의 ‘오늘’을 막연한 내일에 저당 잡히는 부모들의 중심 잃은 태도도 문제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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