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금리시대의 함정
1%대 금리시대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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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드디어 1%대 금리시대를 맞았다. 금리인하의 이유를 부진한 성장률과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지난 연말부터 올 초까지 세계 각국이 앞 다투다시피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통에 본의 아니게 원화강세 상황에 직면해 수출 주도경제 시스템이 큰 위협을 받게 된 한국 정부로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금리인하 발표가 난 날 한국의 증권시장은 소폭이지만 종합주가지수의 하락으로 응답했다. 한국의 대표주 가운데 하나인 삼성전자 같은 경우 주가가 한동안 내리막길을 걷던 끝에 신제품 출시와 더불어 회복되는가 하더니 이날 무려 2만7천원이나 빠졌다.

이런 현상이 물론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꼭 그렇다고 장담할 수만도 없는 몇 가지 요인들이 있다. 이날 시장에서 일부 발견되는 현상이지만 외국 자본들의 동향이 정부의 바람과는 다르게 갈 수도 있다는 점과 더불어 양극화현상으로 심하게 편중된 사회적 재화의 쏠림현상이 더 심화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효과들을 예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불안한 시장심리는 현금보유욕구를 부추겨 사회 전체적으로 유동성함정에 빠져들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일단 한국 증시에 들어온 미국계 자본들이 지금 강세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시장으로 리턴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이 경우는 앞으로도 시장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갔다가 되돌아올 가능성이 열려 있으니 실상 한국경제의 입장에서는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 큰 걱정거리로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재화의 쏠림현상 심화로 인해 야기될 문제의 증폭이나 유동성함정의 우려는 결코 가볍게 간과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이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뼈아프게 경험한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금리인하 이후의 처방이 긴요함을 일깨워준다.

먼저 재화의 쏠림현상부터 살펴보자. 지금 정부는 그동안 잇달아 내놓은 부동산대책이 효과를 내 아파트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건 가난한 서민들의 형편을 너무 모르는 낙관적 현상 분석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동네 부동산매매업소 몇 군데만 다녀 봐도 정책 당국자들은 여전히 책상머리에서 이미 철지난 이론서만 들척이거나 예전 부동산 활황기에 우려먹던 정책들만 만지작거렸음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폭등하는 전세가격도 문제지만 우선 전세물량 구하기도 매우 어렵다보니 원치 않는 부채를 늘려가며 소형 평수 아파트를 중심으로 구매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서민들의 현실이다.

그나마 다른 생활비를 줄이더라도 빚을 내서 집을 사볼까 생각하는 이들은 여유가 있는 축에 속한다. 어차피 크게 오른 전세가격도 감당하기 어려워 빚을 얻어야 할 형편이니 아예 크게 빚을 내고 집을 살까 고민하는 경우도 있고 잦은 이사에 지치고 2년마다 돌아오는 집주인의 전세가 인상 요구에 넌덜머리가 나서 가족 수 만큼 필요한 공간조차 안 나오는 작은 아파트나마 그냥 빚 늘려 사고말까 싶은 유혹 앞에 망설이고 또 망설인다.

그러나 지금의 소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안한 더 많은 수의 서민가계는 그마저도 선뜻 나설 수 없어서 전세주택조차 크기를 줄여가야 하나 마나 고민을 한다. 그조차 여의치 못하면 전월세로, 다시 월세로 내려앉으며 희미한 희망의 빛조차 사그라진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그간 서민가계의 부채를 늘리는 쪽으로만 몰아왔다는 반증이다.

이런 서민가계의 증가, 가계부채 위험성의 증가는 결국 다른 부문에서의 소비여력을 한껏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여유 있는 계층의 소비심리조차 얼어붙게 만든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가속시킬 위험성이 더 커진다.

일본이 과거 초저금리를 시행하고도 유동성함정에 빠져 장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과 지금 유사하게 움직이지는 않을지 면밀하게 관찰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 이상 빚조차 내기 어려운 서민계층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책은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사회의 직접적 지출확대이고 더 이상 국가경제 부양의 지렛대로 부동산을 들먹이지 않아야만 한다.

지출 여력을 모조리 부동산에 쏟아 붓는 서민가계가 늘수록 디플레이션의 늪 또한 깊어져만 갈 것이기 때문이다. 저축으로 자산형성이 어려워지고 소득은 제자리인데 부채는 나날이 는다. 정부는 소비자물가의 하락만 걱정하지만 서민가계는 금융이자 상승에 더 겁을 먹을 것이라는 사실은 왜 외면하는 건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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