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다면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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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던 세월호 참사 1주기인 그날. 마치 하늘이 유가족, 추모객들과 같이 울기라도 하는 듯이.

한편으로는 벌써 1년이 지났나 싶지만 유가족들 입장에서는 그 1년이 남들 10년보다 더 긴 지옥같은 세월이었을 터다. 언론마다 요란스레 기사를 쏟아냈고 많은 국민들도 함께 마음으로 울어줬지만 그렇다고 가족들의 상처가 쉬이 아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처럼 전국을 뒤흔든 정치권과 언론의 말잔치 속에서 과연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되돌아보면 그동안의 요란함이 다 거품뿐이었던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또 다시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 해도 과연 결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믿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다. 그만큼 재난 방지에 관한 대책이 더 강화되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우리 속담이 본시 때늦은 대응을 흉보는 뜻이지만 지금 우리는 그 때늦은 대응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극도의 불신 속에 살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 있을까.

우선 정부`여당이나 친정부 언론들이 유가족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속에 원인이 찾아질 듯하다. 제대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정부가 유가족, 나아가 전 국민 앞에 진정으로 사과하고 확실하게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지금처럼 세월호 문제가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언론플레이나 친정부 언론들의 보도 경향을 보면 마치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적대적 행위를 하는 양 몰아가거나 이기적인 잇속 챙기기에 나선 것처럼 매도하기조차 한다. 그런 언론을 통한 정부의 속내를 읽고서야 어떻게 신뢰를 하며 정책에 협조를 할 수 있겠는가 싶어 답답하다.

인터넷에서 흔히 마주치는 직업적 댓글족들의 주장을 보면 그런 정부 시각이 묻어난다. 그들 주장의 경향성을 보자면 한마디로 국민은 의무를 다 해야 마땅하지만 국가는 그런 국민들을 다 지켜줄 수는 없는 데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떼쓰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우리가 오랫동안 익숙하게 들어온 국가주의적 논리이기도 하다. 나라가 있어서 비로소 내가 있다는 본말 전도된 주장.

폐쇄된 사회에서는 이런 주장도 먹혀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 개인이 국가를 선택해 국적마저 바꿔버릴 수 있는 시대를 살면서 이런 주장을 되풀이 한다는 것은 ‘글로벌’을 무슨 황금거위인양 우려먹던 세력들이 할 소리는 아닌 성싶다.

폐쇄된 왕조시대에서도 ‘백성이 없으면 임금도 없다’는 정도의 현실인식은 갖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초등학교에서부터 배우는 국가의 3대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이다. 어느 시대에나 이것은 근본 이치인 것이다.

국민이 있고서야 비로소 나라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국민의 신임을 토대로 망명정부도 성립될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 사회의 지배층들 사이에는 일본 제국주의 시절 망명정부의 역사 자체를 부정하는 역사교육을 강행하는 왜곡된 인식이 팽배해있다. 그래서 광복절 대신 독립기념일을 주장하는 세력들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현실적 지배세력들의 국가가 국민 위에 군림하도록 도모하는 세력들의 비틀린 논리가 계속 횡행한다. 지금 세월호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의 중심에도 그런 뒤틀린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문제가 해결되기 보다는 자꾸 꼬여만 가는 것이다. 그리고 참사는 사라지기보다 반복되어 발생되며 국민은 국가를 불신하고 국가는 그런 국민을 단지 불순세력으로 매도하려 호시탐탐 노리는 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괴리는 단지 정치`사회적 모순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갖은 논리로 일류국가, 글로벌 금융, 글로벌 기업을 외쳐대면서도 나라 밖으로만 나가면 어김없이 국제자본들 앞에서 ‘호구’가 되어버리는 악순환을 부르고 있다.

이미 글로벌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을 지속적으로 강요하면서 입으로만 글로벌을 외치는 동안 그렇게 외치는 세력들 스스로가 잘못된 발상 안에 갇혀버렸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우주와 인체가 같은 시스템인 것을 이해했는데 우리는 아직도 그 철학적 오의를 바로 보지 못하고 어리석은 소수의 욕망에 온 사회가 몸부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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