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없는 정부의 병역면제 퍼레이드
전작권 없는 정부의 병역면제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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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임진왜란 당시 군대가 뭐고 작전이 뭔지도 몰랐던 조정에서는 일선 장수들에게 멋대로 명령을 하달해 수많은 병력을 잃는 일들이 부지기수였던 듯하다. 그런 조정의 명령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임진왜란부터 정유재란까지 조선을 위기에서 구한 영웅 이순신장군이 파직된 사례도 그런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병법이 뭔지 모르는 문관 출신 조정신료나 병사들의 삶을 제대로 견찰할 기회조차 없었던 임금이 현장 상황을 무시하고 작전지시를 내리면 그 전쟁은 이미 패배한 전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장수가 이순신장군처럼 조정의 명을 무시할 용기를 가질 수는 없을 터이니 그 나라의 미래가 어두워지는 것이다.

인사청문회, 특히 이명박 정부 이래의 인사청문회에 나오는 인사들 가운데 반수를 넘는 인사들이 본인 혹은 아들들의 병역면제로 시비의 대상에 오르곤 한다. 이번 국무총리 내정자 역시 병역 면제자였고 그 면제 과정이 대다수 국민들을 납득시킬 만하지 못한 듯하다.

병역면제 과정의 투명성 문제를 떠나서 여성인 대통령은 당연 면제자이지만 국무총리까지 면제자라는 사실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많다. 전쟁과 같은 위기상황에 국가 통수권이 모두 병역 면제자들 손에 놓이는 상황을 걱정하는 것이다.

당장 전쟁 상황이 코앞에 닥친 양 호들갑을 떨곤 하는 한반도 상황에서 그런 걱정이 지나치다고 비난할 수는 없겠다. 수시로 남북관계의 위기상황을 과장하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분단 상황 덕분에 그런 정치적 분위기 조성을 느끼더라도 별달리 항의조차 못하는 게 우리 현실이니까.

정말 만에 하나 실제적 위기상황이 닥칠 때 임진왜란 당시와 같은 한심한 상황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현장의 전투는 현장 장수들에게 맡겨야 되는 상식조차 없었던 조선 조정이나 군대 근처에도 안 가본 각료들끼리 지하벙커에 모여 대북 강경조치나 쏟아내곤 하는 전`현 정부들이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

요즘 TV드라마로 ‘징비록’이 꽤 인기를 얻고 있는 모양이다. 임진`정유 양란을 이끌며 이순신을 발탁하고 조정과 현장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서애 유성룡이 전후 반성을 담아 집필한 징비록을 토대로 한 드라마인데 원본과 드라마 사이에 차이는 있겠지만 그 드라마에서는 자국 군대는 얕잡아보고 명나라 원군에 나라의 미래를 맡겨버리는, 속된 표현으로 ‘찌질한 임금’ 선조와 주한미군에 전시작전권을 반환하지 말아달라고 읍소하는 우리의 정부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도 거듭 생각해보게 된다.

그토록 자국의 군대를 못 믿고 두려움에 떠는 정부와 장수들로 실제 전쟁을 치른다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일이다. 병력으로는 세계 6위라는 한국 군대이지만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은 많을 것이다. 군비 증강이라는 것이 어차피 한도 끝도 없는 속성을 지녔으니까.

게다가 중국`일본 같은 주변국들의 그 막강한 군비체제를 보면 주눅 드는 장수의 심정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전지휘권 하나 스스로 행사할 엄두를 못내는 군대라면 도대체 그 막대한 국방예산을 다 어디에 쓰고 있나 싶은 게 보통의 서민들이 느낄 심정 아니겠는가.

그런데 국방력에 그렇게 주눅 드는 주체가 현역 장군들인지, 군대 근방에도 다녀온 적 없는 정부 관료들인지, 그도 아니면 무기 로비스트들의 러브콜을 받는 예비역들인지는 좀 따져봐야 할 성 싶다. 현역들이 그렇게 주눅 들어 있다면 그건 이미 싸우기도 전에 패배한 군대다.

그러나 이제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따르자면 전시작전지휘권 반환에 반대했던 이들은 주로 정부`여당에서 한자리씩 차지한 예비역이거나 군대도 안가보고 강경발언만 쏟아내는 역대 정부 관료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들 중 국방문제를 순수하게 국방문제로만 보는 이들이 몇 %나 될까.

희한하리만치 대북 강경론을 펴고 남북관계를 경색국면으로 끌고 가려는, 미국식 표현으로 하자면 ‘매파’들 중에 군 면제자들이 유난히 많고 본인이 군 출신이어도 자식들은 면제자인 인사들이 별나게 많다는 사실을 대중들은 기억한다. 내 자식 목숨은 귀하고 남의 자식 목숨은 하찮다는 그런 지도자들의 호전성을 보면서 더 이상 병역을 신성한 의무로 여기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어간다 해도 뭐라 할 말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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