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5일 국민투표까지 불안 연장"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는 소식으로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시나리오가 가시화되면서 국내 증시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그리스 여파로 당분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겠지만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최악의 국면까지 가지 않을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로그룹은 기존 긴축안과 더불어 11월까지 구제금융 연장 방안을 제시했지만, 그리스는 채권단이 제시한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안을 거부했다. 대신 그리스는 27일 새벽(현지시간) 오는 7월5일 국민투표안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고, 채권단에게 7월초까지만 구제금융 연장안을 요청했다. 하지만 유로그룹이 이를 거부하면서 그리스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이달 말(30일)로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끝낼 것임을 밝혔다.
지난 주말 사이 그리스 문제가 해소되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국내 증시에도 직격탄을 맞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이날 오후 2시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3.64포인트(1.61%) 하락한 2056.62에 거래되면서 1% 넘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그 동안 시장도 예전과는 달리 그리스 위험을 자산가격에 심각하게 반영하지 않았다"며 "즉 이러한 그리스 위험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에 7월5일 그리스 국민투표 결정까지 금융시장의 불안은 좀더 연장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적어도 그리스 국민투표 실시 전 까지는 당분간 그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리스크 지표를 상승 시키면서 증시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그리스 디폴트 사태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점에서 그리스 사태는 단기적으로 유로지역 금융시장 불안은 물론 경기회복세에는 부담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그리스로 인한 유로존 금융불안이 확대될 경우 ECB가 추가 부양조치, 즉 양적완화 규모의 추가 확대 등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여파로 국내증시는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나, 그렉시트라는 최악의 국면까지 치닫지 않을 것으로 이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주말간 현지 언론을 통해 진행된 설문 조사 결과들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들은 채권단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Alco polling institute의 여론 조사 결과 총 1000명의 응답자 중 57%가 채권단 요구 사항을 수용하는데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또여론 조사 기관인 Kapa Research의 조사에서도 47.2%의 응답자가 찬성이라는 응답을 준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그리스도 심정적으로 유로존 탈퇴를 원하지는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종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처럼 협상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설문조사 결과와 동일하다면 그렉시트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며 "유로그룹의 지원으로 그리스와 국제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그리스도, 유로존도 그렉시트 논의를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며 "그리스의 혼란은 커지겠지만 유로존은 금융시장 안정 장치들(OMT 프로그램,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이어 "아직 그리스 국민의 50~60% 이상은 유로존 잔류를 원하고 있다"며 "그리스 재무장관마저 이번 투표는 긴축안 수용 여부지 유로존 탈퇴 여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