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노예계약' 논란②] 항공사 교육비差 '10배'…외국인 특혜 논란
[대한항공 '노예계약' 논란②] 항공사 교육비差 '10배'…외국인 특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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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대한항공)

[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대한항공이 신입 조종사들을 상대로 수억원대의 교육비를 청구, 이에 퇴직한 일부 조종사가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대한항공이 조종사들에게 입사 후 퇴사를 어렵게 만드는 '노예계약' 식의 근로 계약을 강요하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동일 장비·과정에도 교육비 '천차만별'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책정한 교육비가 다른 항공사와 비교해 과도하게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법인 대광 측이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고등교육훈련비는 약 1억7500만원인 반면, 같은 국내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운항인턴과의 약 1만7750달러(한화 약 1987만원)로 약 대한항공의 교육비가 약 10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광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근로계약서를 보면 대한항공과 달리 교육 훈련비를 국내와 해외로 구분해 국내교육훈련비는 회사측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어 교육훈련비를 전적으로 입사 시점부터 조종사에게 청구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 국내 항공사들이 고등 교육에 쓰는 장비를 대한항공에서 대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한항공이 타 항공사보다 오히려 과도하게 비싼 교육비를 책정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비행 교육 계약은 이미 수년 간의 부기장 재직 이력이 있는 LCC 경력 입사자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내 LCC 모 업체에서 대한항공에 경력직으로 들어온 조종사 D씨는 입사 당시 신입 조종사들이 훈련받는 제주 비행 훈련원에서 약 1억2500만원의 상당의 교육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 상환 조건은 역시 신입 조종사들과 같이 10년 간 재직할 때까지 정해진 비율로 채무를 면제받고, 그 이전에 사직하면 일시 상환하는 방식을 따랐다.

D씨는 "이미 이전 직장에 입사 시 비행 교육을 받고난 뒤 부기장으로 B737 기종을 조종해 왔고, 그 경력으로 대한항공에 입사했는데도 또 다시 같은 교육을 받으면서 이전보다 훨씬 비싼 교육비를 상환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사진 = 대한항공)

◇출신 따라 교육비 책정…외국인 조종사는 면제?
하지만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는 조종사라고 해서 모두 같은 금액의 교육비 상환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내국인 중에서도 일반 신입 조종사와 공군 출신 조종사의 교육비는 다르게 책정된다. 공군 출신 조종사는 초중등 훈련비와 고등 훈련비 등 2억 이상의 교육비가 면제된다.

일반 신입 조종사들은 이같은 혜택이 군대에서의 경력을 인정하는 차원이라고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군대에서 조종하는 전투기와 항공사의 민항기는 조종 방법이 달라 군 출신 입사자들도 결국 같은 일반 조종사와 같은 비행 훈련을 받기 때문이다.

입사 전 출신에 따라 교육비 책정이 제각각이다보니 조종사 사이에서는 갈등이 잦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로 근무하고 있는 한 노조원은 "대한항공 조종사 안에서도 출신 성분에 따라 노조가 다르게 결집하고 있고, 비행을 하면서도 서로 출신이 다른 기장과 부기장이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조종사끼리의 응집력을 막게 하려는 사측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특히 외국인 조종사의 경우 내국인 조종사와 같은 비행 교육을 받는 데도 교육비는 전액 대한항공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외국인 조종사의 기장 채용이 늘어나면서 내국인 부기장들이 기장 승급까지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 외국인 조종사들은 상대적으로 특혜를 보고 있다고 대한항공 조종사 측은 지적한다.

대한항공에서 조종사로 근무하다 최근 이직한 A씨는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승급하기까지 국내 저가항공사는 5년, 해외 대형 항공사는 약 8년 정도 소요되는 반면, 대한항공은 14년 이상이 걸린다"며 "기장 승급을 위해 이미 비행 시간을 채운 내국인 부기장이 많은데도 외국인 기장 채용으로 내국인은 기약 없이 기다려야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측은 "외국인 조종사에게 교육비를 책정하지 않는 것은 이들이 이미 조종사로 재직한 경험이 있는 경력직이기 때문"이라면서 "외국인 기장 채용으로 내국인의 부기장의 기장 승급이 늦어진다는 것은 억측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소송단은 "같은 경력직이어도 외국인은 교육비를 내지 않는 반면 국내 저비용항공사에서 들어온 내국인 입사자에게는 교육비를 물려 고등교육을 다시 받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미 현역에서 부기장으로 일했던 조종사에게 대한항공에 와서 고등교육을 다시 받으라고 하는 것은 두 발 자전거를 타던 사람에게 다시 네 발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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