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젊은 세대의 애가(哀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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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높은 청년실업률, 낮은 직업안정성 등 젊은 세대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여러 현상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들어 나타난 신조어 ‘삼포세대’. 이제 이 단어는 더 이상 낯선 신조어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다.

그로 인해 1인 가구가 갈수록 증가하며 새로운 소비패턴을 낳고 유통업은 이런 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맞춘 상품개발에 골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소포장, 레토르트 음식, 도시락 등 편의성을 중시하는 식생활 구매패턴과 온라인 쇼핑이 더욱 활성화되고 주택 형태도 1인 가구 증가추세에 맞춰 차츰 변해가고 있다.

어차피 현대 산업사회가 핵가족을 부추기다가 이제는 가족해체의 단계로 넘어가며 새로운 미래 지형을 만들기 시작한지 꽤 됐으니 그런 변화에 맞춘 산업적 대응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현상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늦어질수록 젊은 세대의 절망감이 더 깊어질 것이니 산업적 대응뿐만 아니라 국가`사회적 대책도 서두를 필요가 크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다시 노동개혁을 외치기 시작했다. 이 정부는 취업률이 낮은 것도, 한국경제가 위기를 맞는 것도 죄다 노동시장이 개혁되지 못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인식으로 추진하게 될 노동개혁이 초래할 결과는 결국 직업안정성을 더 떨어트리는 일이 될 것이어서 젊은 세대의 불안감을 잠재우기는커녕 더 부추길 위험성이 높아 보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7월 중에 나온 OECD의 2015년 고용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불안한 지위에서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 비중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현재 직장에서의 근무경력이 1년 미만인 노동자 비중이 30.8%로 OECD 국가 중 1위, 임시직 고용 비중은 21.7%로 스페인에 이어 2위,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24.7%로 미국에 이어 2위, 연평균 노동시간은 2,057시간으로 멕시코, 칠레에 이어 3위. 게다가 지난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내려간 8개국 중 하나가 된 한국. 이것이 현재 한국 노동시장의 성적표다.

반면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춰 노동인력이 재배치될 수 있도록 지원해줄 각종 직업훈련, 사회 안전망 구축 등에는 제대로 돈을 쓰지 않는다. 2012년 기준으로 다소 낡은 통계이기는 하지만 OECD 국가들의 노동시장 투입예산은 GDP의 1.47%인데 비해 한국은 그 38% 수준인 0.57%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높은 실업률도, 낮은 직업안정성도 모두 노동운동에만 그 책임을 덮어씌운다. 그렇게 노노갈등을 유발하며 정부와 재계는 책임에서 비껴서는 것이다. “기업의 고용여력이 떨어지면서 임금인상 여력이 후퇴하고 있다”고 재계를 비호하고 “정규직 과보호 문제해결”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선결과제라며 정규직 중심의 노조를 약화시킬 논리 펴기에 급급하다.

정부의 이런 굴절된 인식은 삼포세대를 간신히 벗어난 젊은 부부들에게도 종종 재앙을 선물한다. 이번에 나온 가계부채대책도 그런 정책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결혼까지는 성공한 젊은 부부들이 맞닥뜨리는 고민은 아이를 출산하고도 어떻게 직장에서 불이익 없이 일을 계속할 것인지, 어떻게 일과 육아를 차질없이 병행할 수 있을 것인지와 더불어 어떻게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확보할 것인지에 쏠리게 된다.

그러나 지금 분양아파트들은 일단 평당 분양가부터가 기존주택보다 비싸다. 이번 필자는 같은 평수 전세 값에도 못 미치는 3억 원 미만의 낡은 아파트를 하나 장만했다. 이 정도 경제력으로 신규 아파트 분양을 받자면 높은 분양가 때문에 차후 부담이 만만찮을 것이고 또 바쁜 이들에게는 분양시장을 쫓아다닐 시간 만들기도 힘들다. 해서 기존 주택 구입에 눈 돌리는 젊은 층이 생겨난다.

그런데 이번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젊은 층들이 고가의 신규분양아파트 대신 기존 주택구입에 나설 길을 막고 나섰다. 일단 신용평가가 높아지기 힘든 젊은 층들이 강화되는 대출심사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는데다 주택담보대출 심사강화는 필연적으로 기존주택의 담보력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정책은 수많은 파급력을 갖는 법인데 도대체 몇 가지나 고려하고 나온 정책일지 거듭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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