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78개 업체 수혜…국토부 "자정노력 강화 기대"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을 통해 입찰담합 등을 저지른 건설사에 부과된 관급공사 입찰참가제한 등 행정처분도 해제된다. 건설업계에서는 "경제 활성화에 힘을 받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13일 국토교통부는 이번 특사에 맞춰 건설 분야 행정제재처분을 해제하는 특별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판정을 받아 13일 이전에 건설사가 받은 관급공사 입찰참가제한(부정당업자 제재)과 영업정지, 업무정지, 자격정지, 경고 등의 처분은 이달 14일부터 해제된다. 입찰참가제한 해제에는 입찰참가 금지뿐만 아니라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와 적격심사 때 받은 감점도 포함됐다.
특히 13일 이전에 발주처로부터 입찰참가제한 처분을 받은 업체뿐만 아니라 13일 이전에 공정위에서 담합 결정이 내려졌지만, 발주처로부터 입찰참가제한 등의 처분을 아직 받지 않은 업체에도 사면이 이뤄졌다.
현재 공정위의 담합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 아직 담합 처벌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사업에 대해서도 특별조치 이후 일정기간 내에 담합사실을 자진신고할 경우 입찰참가제한을 하지 않기로 했다. 구체적인 자진신고 기간이나 절차 등은 국토부가 이달 말 별도로 공고할 예정이다.
이번 특별조치에도 불구하고 담합에 의한 과징금, 과태료, 벌금, 시정명령 등 처분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입찰담합으로 입찰참가가 제한된 업체는 78곳에 이른다. 이 중 시공능력평가 30위 이내 업체가 26곳, 100위 내 업체가 53곳이다. 입찰담합으로 이들 업체에 부과된 과징금만 총 1조2768억원에 달한다.
이번 특별조치에는 국가 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설공사에 입찰자격이 있는 건설관련업체와 소속 기술자들도 모두 포함됐다.
국토부는 업체 2008곳과 기술자 192명 등 2200명(사)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봤다. 정확한 수혜자 수는 오는 25일께 구체적인 행정제제 해제대상 범위와 시행기준 등이 관보에 공고된 후 내달 중순 확정된다. 다만 등록기준 미달, 금품수수, 부실시공, 자격증과 관련 경력증 대여 업체 등은 특별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건설업계는 이번 담합 관련 사면으로 입찰참가제한 자격 제한 조치가 풀린 것과 관련, 적극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업계는 그동안 입찰담합 결정에 따른 과징금 처벌은 감수하더라도 입찰제한금지는 과도한 이중 처벌이라며 선처를 호소해왔다.
국내의 경우 입찰담합 제재를 받으면 단순히 과징금만 부과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최대 2년의 입찰참가제한 처분까지 받게 된다. 즉 입찰담합 제재를 받는 건설사는 해당 기간 동안 공공공사 입찰 참가가 불가능해지는 것으로, 수주를 근간으로 하는 건설업계에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해당 건설사들이 법원에 불복소송을 제기하면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에 의해 보류된 상황이지만, 올 하반기 이후 판결이 예정돼 있어 자칫 영업정지를 당하게 되면 하도급사, 자재·장비업체, 근로자들의 생존권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실제로 건설업이 공공부문에서 수주하는 물량이 전체의 37.9%를 차지해 공공수주를 하지 못하면 업체들이 영업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점도 고려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 공사 수행이 가능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댐·철도는 공사 수행조건을 충족하는 건설사가 1곳, 지하철·교량·관람시설은 한 군데도 없어 공공공사 입찰 자체가 진행되지 못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간 공공공사 수주가 많았던 중·대형건설사들이 부정당업체로 지정됨에 따라 입찰참가제한이 현실화될 경우 앞으로 공사를 해 줄 업체가 없어 국책사업 수행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사면을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는 해외건설 진출 50주년이 되는 해로, 해외누적 수주액 7000억달러를 달성하고 1조달러 시대를 열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입찰담합에 따른 신인도 하락으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다. 이미 해외건설시장에서 경쟁국 건설사들은 국내 건설사를 음해하고 있고 해외 발주처에서 해명자료를 요청하거나 사업 참여 배제 가능성 등을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입찰참가제한 처분을 받은 점이 해외건설시장에서 약점으로 작용해 외국 업체와 수주 경쟁에 밀리는 상황이 많았다"며 "건설투자가 작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4.7%에 달하는 등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점도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한창환 대한건설협회 전무는 "그동안 담합 처분을 받은 건설사들이 경쟁국가와 발주처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해외공사 수주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 사면으로 인해 해외공사 수주와 담합 문제로 수주를 꺼렸던 공공공사 수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이번 공공공사 입찰제한 해제로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건설 산업의 영업환경이 개선되고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수주경쟁의 족쇄가 풀리면서 해외수주 경쟁력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공정하고 투명한 입찰경쟁, 하도급사와의 상생노력, 사회적 책임경영 강화 등을 통해 이번 특별사면의 취지인 경제 활성화와 국민대통합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대한건설협회 고위 관계자는 "이번 특별사면은 경제 활성화와 국민대통합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업계는 그만큼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업계 자정결의대회 개최 등을 통해 특별사면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그간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정부의 사면 취지에 부응해 자정노력을 강화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