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으로 일본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본 SPA브랜드 유니클로와 롯데의 공생관계가 재조명 받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본 의류회사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은 지난 2004년 12월16일 합작법인 '에프알엘코리아(FRL KOREA)'를 설립했다. 지분율은 패스트리테일링이 51%, 롯데쇼핑이 49%다.
이후 2005년 3월2일 에프알엘코리아는 롯데쇼핑의 계열사로 편입되고,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점과 인천점, 잠실점 등 롯데의 주요 유통망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영업 첫해인 2005회계연도(2005년 9월∼2006년 8월) 매출액은 205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8월까지의 연간 매출액은 8954억3500만원으로 44배가량 급증했다. 10년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바라보게 된 셈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77억100만원, 당기순이익은 812억9600만원에 달한다. 매장수도 2005년 4개에서 현재 155개로 크게 늘었다.
그간 유니클로의 국내 성공요인으로는 '패스트 패션'의 유행이 꼽혀왔다. 패스트패션이란 마치 패스트푸드를 먹듯이 저렴한 가격의 의류를 빨리 소비하고 재구매를 하는 형식이다. 이는 한 업체가 의류의 기획부터 생산, 판매 등을 전부 담당하는 유통구조(SPA브랜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계열사 구조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유니클로의 진짜 성공요인은 따로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니클로의 고속성장의 배경에 롯데그룹의 강력한 국내 유통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국내 패션업계에는 H&M, 자라, 망고 등 세계적인 SPA브랜드가 진출해 경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 부분에서 유니클로를 따라갈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기준 국내 SPA브랜드의 매출 합계가 1조2453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유니클로는 시장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류사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통망"이라면서 "유니클로의 경우 글로벌 브랜드로의 자본력을 갖춘 상태에서 롯데의 탄탄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손쉽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사례"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에프알엘코리아 관계자는 "유니클로의 국내 진출을 위해 당시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서로 파트너십을 맺고 합작법인을 출자한 것"이라며 "에프알엘코리아는 롯데쇼핑의 계열사로 유통망 공유 등은 사업 확장을 위해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