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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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일본 엔화약세로 수출전선에서 고전하던 한국경제가 이번에는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에 다시 곤두박질을 칠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력 측면에서 중국 발 위험도는 일본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당장 총 수출액의 25%를 감당하고 있는 중국의 환율 변동에 한국 수출기업들은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을 테고 그동안 해외투자 한다고 중국 부동산이며 주식에 투자했던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또 어쩔 것인가.

게다가 더해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해외자금 이탈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미 증시에서는 10일 이상 연속 외국인투자자들의 팔자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금리인상 시기가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다지만 시장은 이미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엎친 데 덮친다더니 북한 지뢰도발에 미사일 공격까지 벌어졌다. 그러니 외국인 투자자들의 빠져나가는 속도를 더해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외신에서는 이미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양측이 서로 공격했다는 보도가 나오니 단발성 공격이 간헐적으로 벌어지는 수준의 휴전상황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국지전 상황으로 발전하는 게 아닌지 나라 밖에서 뉴스만 접하는 이들로서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외신들보다는 국내 언론들의 반응이 월등히 뜨겁다. 눈 감고 종편에서 연일 쏟아내는 뉴스만 듣고 있자면 당장 전쟁을 벌이자고 선동이라도 하는 듯하다. 남북문제를 여전히 보`혁 간의 정치적 이슈로만 여기며 그런 갈등으로 인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엄청난 부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인가 싶을 만큼.

제1 야당대표의 남북관계를 경제문제와 연동시키자는 제안에 ‘퍼주기 DNA’ 운운하는 여당 중진의원의 반응도 우리의 근시안적 태도를 다시 확인시켜준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도 ‘통일 대박론’을 외친 마당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도 되는 양한다.

물론 정치인들 간의 공방에 특별히 콩이니 팥이니 가리고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전쟁이 나면 북에 비해 우리가 잃을 게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6.25 때와는 달리 양쪽 다 훈련된 군대도 월등히 많아졌고 전쟁 이후 경쟁적으로 벌여온 군비경쟁으로 무기는 또 얼마나 강력해졌는가. 민족 공멸만이 남을 뿐이다.

물론 정부의 대응이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닌 줄은 안다. 친해지고 싶은 아이를 냅다 떠밀고 보는 서너 살 꼬마들의 서툰 대화법을 보듯 남과 북의 가까워지지 못하는 관계가 사태를 더 악화시켜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이번 비대칭 원점타격이라는 것이야 이미 국방부 장관이 강조해온 바이니 최소한 한 번쯤은 실천해 보일 필요도 있었겠지만 이런 식의 주고받기가 자칫 오기가 오기를 부르며 싸움을 키워가지 말라는 보장은 있는가.

전쟁이 무기만 갖고 싸우는 것도 아니고 당장 식량문제조차 해결 못하는 북한이 전쟁도발을 할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지만 옛 말이 계속 구석으로 밀리기만 하다보면 쥐도 고양이를 물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미국은 북한을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지만 우리가 미국 물을 먹었으면 얼마나 먹었다고 우리 전래의 정서를 모른 체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우리가 북을 대하는 태도 중에는 먹을 것도 없는 주제에 먹을 걸 던져주면 고맙다고 받아야지 왜 던져서 주느냐고 따지느냐는 졸부의 모습이 없을까. 그런 태도로 동남아에서도 욕 많이 먹는다고 들려온다. 우릴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배알 틀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야 비싼 돈 들이는 외교가 제대로 빛을 보기 어렵지 않겠는가.

하기야 국내에 들어온 가난한 나라 출신 노동자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 일각의 천박한 태도는 또 어떤가. 스스로 사고하는 훈련이 덜 된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해외 동포들을 대할 때도 그렇듯 북한을 향해서도 똑같이 드러내고 있지는 않았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

남과 북이 갈등을 빚을수록 투자처로서 한국의 이미지는 불안해 보일 수밖에 없다. 북한이 먼저 도발하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 말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를 침략해 35년을 식민통치하고 제대로 사과조차 할 줄 모르는 일본과도 잘 지내고 있는 우리다. 박근혜 대통령은 6.25에 적으로 참전했던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키로 했다고도 한다. 남북 화해가 절박한 것은 바로 거기에 우리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인데 왜 더 적극적으로 상황을 주도하려 하지 않는지 아쉽고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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