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리스크 완화에도 자금이탈…"중국發 쇼크 완화돼야"
[서울파이낸스 김소윤 이호정기자] 이날 새벽 남북 관계가 화해모드로 돌아섰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탈 행렬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귀환은 '차이나 리스크'의 해소 여부에 달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5일 오전 11시27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5.52포인트(1.39%) 오른 1855.33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지수는 남북 협상 타결 기대감에 상승 출발하다가 이내 고꾸라지는 등 등락을 거듭했지만 현재는 점차 상승폭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밤새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43시간 만에 극적 합의가 이뤄져 대북 리스크가 완화됐다.
하지만 그간 국내 증시의 수급 주체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14거래일째 '팔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현재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자금이 2714억원 빠져나가고 있으며, 외국인은 이달 들어 4거래일 제외하고 모두 순매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외국인들의 행보에 대해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를 패닉 상태로 만들었던 '차이나 리스크'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전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전장보다 각각 8.49%와 7.7% 급락하며 지난 2007년 2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키웠다. 특히, 2800여개 상장 기업 중 2200여개의 종목이 가격 제한폭까지 하락하며 아시아 금융위기와 리먼사태 당시보다 더 큰 패닉의 장세가 연출됐다.
이 같은 중국 본토 증시의 하락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주변 유럽의 주요 증시의 조정으로 이어졌다. 실제 일본 닛케이 225지수가 4.61% 하락했으며 영국 런던 FTSE100 지수는 4.67%, 독일 프랑크푸르트 DAX30지수는 4.7% 내렸다. 간 밤의 뉴욕증시도 이에 따른 악영향을 받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58% 급락 마감했다.
이날도 중국 증시는 또 다시 급락세로 장을 시작해 현재는 3000선마저도 위태한 상황이다. 이 시각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122.40포인트(3.81%) 하락한 3087.51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증시 폭락세는 중국 정부의 증시부양 노력이 잇따라 실패로 돌아가면서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 이후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신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성 정책 카드는 더 이상의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향후 유동성보다는 실물 경기 회복에 정책적 초점이 맞춰지며, 얼마나 펀더멘털을 개선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발 쇼크의 주된 원인은 양로보험기금 주식투자 허용 규정의 모호성과 정치시스템 잡음에 따른 불안감 확대에 기인한 것"이라며 "이 중 양로보험기금의 금융상품 투자 허용은 시장에서 이미 예상하고 있던 양로보험기금의 금융상품 투자 상한선만을 제시할 뿐, 하한선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정부의 증시부양 의지에 대한 의구심 확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일 국무원이 양로기금 순자산의 30%까지 주식 투자 비중을 확대함에 따라 1조500억원위안, 한국 돈으로는 195조원 자금의 중시 유입 가능성에 시장의 기대감이 고조된 상태였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투매 현상은 중국 현지 기관에서도 예상치 못한 변수였으며, 정부의 증시 부양 적극 시행 구간이라고 인식됐던 3500포인트선은 힘없이 무너졌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참여자들은 경기 부진에서 하락의 이유를 찾고 있지만 본토 증시는 더 이상 경기와 실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까지 진입했다"며 "일단 중국 정부는 투자 심리 회복과 실물경기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차이나 쇼크로 인한 여파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날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급락으로 촉발된 국내 증시 하락폭과 외국인 매도 규모는 지난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 패닉 국면과 비교해 그 규모가 작다"고 평가했다.
다만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 규모에는 차이가 있지만, 국적별 자금을 살펴보면 지난 2011년 당시와 현재 모두 영국계 자금이 매도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영국계 자금은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성격이 강하며, 투자 심리 변화에 따라 순매수도 포지션 변화가 잦은 특징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시장 조정 국면을 지난 2011년의 상황과 유사하게 진행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1년 시장은 6월 양적완화(QE) 종료로 횡보세를 보이다가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및 유럽 재정위기로 급락세를 보였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의 지원이 중단된 이후 외부 충격에 의해 2년여 간의 강세장이 조정을 맞았다는 점에서 올해 미국 시장과 매우 유사하며, 금융위기 이후 정책 효과가 사라진 시장의 일종의 패턴과도 같다"며 "이번 국면에서도 시장이 스스로 바닥을 만들기보다는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을 포기하고 중국의 새로운 통화 및 재정정책이 시장의 인공호홉기가 되면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