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멀리 내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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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남북 간 긴장상태가 일단 해소되고 나자마자 경제부총리는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해외직접구매 세금인하, 골프장 이용료 인하, 자동차`대형가전 등 고가품 위주의 한시적 개별 소비세율 인하로 부유층의 주머니부터 열자는 의미인 것은 이해하겠다. 어차피 대다수 서민들은 돈 쓸 여력이 없으니 상대적으로 부유한 중산층 이상의 주머니를 먼저 열어 소비를 촉진시키자는 뜻에 반대할 이유도 없다.

다만 지금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풀고자 하는 문제의 해법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장기적 해법은 못된다. 오히려 남북 긴장 상황을 풀어가는 과정이나 이번 나온 경기부양책이나 모두가 너무 ‘정치적’ 계산 아래 진행되는 게 아닌지 불안하게 보인다. 굳이 총선필승을 외치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아니더라도 청와대가 정부 각료들을 앞세워 지나치게 내년 총선에 올인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일단 의심을 접고 정부의 문제풀이 방식이 너무 근시안적인 게 아닌지를 짚어보자. 물론 그 책임은 정부와 국민이 함께 공유할 꿈과 그 꿈을 향해 나아갈 청사진이 제대로 펼쳐진 적이 없는 우리 사회 전부에게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정부 책임이 더 크지 않겠는가.

남북문제며 지지부진한 경제현황 등 발등의 불도 급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 될 꿈을 다시 꿔야 할 때가 아닌가. 또 당면한 문제들을 푸는 방식이 대증요법만으로는 풀리기 어려운 단계인 것을 먼저 인정하고 미래를 향한 큰 그림을 그린 위에 오늘의 문제를 풀 방식을 찾아내야 할 때가 아닌지 모두 머리를 모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은 지금 정치적으로는 섬나라다. 비행기나 배를 타지 않고 다른 나라를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물론 북한을 경유하면 유라시아 대륙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지금처럼 남과 북의 관계가 경색돼 있어서는 불가능한 꿈이다.

그래서 한동안 유라시아 횡단 열차의 종착역을 대한민국 땅 안으로 끌고 오는 문제에 희망을 걸었었다. 그러자면 당연히 남북문제부터 유연하게 풀려야 가능해진다.

중국은 어떻게든 자국 영토로 끌어들이려 애쓰고 일본은 제국주의 시대에 시도됐던 사할린과의 해저터널을 이용해 최종 종착역을 일본으로 끌고 가려 애쓰고 있다. 러시아와 일본 간 영토분쟁 중인 쿠릴열도 4개 도서의 2:2 분할 제안까지 해가며 일본을 종점으로 삼으려는 그 시도가 지금 먹혀들려 하고 있어서 지지부진한 남북관계로 끌탕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자칫 영구적인 고립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일본까지 연결되면 한반도를 경유하더라도 우리는 그야말로 길만 내주고 손가락 빠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더욱이 한반도를 쏙 빼고 캄차카 반도를 통해 쿠릴 열도를 경유하며 일본 땅으로 바로 들어갈 경우 우리는 새로운 실크로드 시대에 소외를 면키 어려울 수 있다.

원래 실크로드 가운데서도 초원의 길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경영하던 길이다. 북방 유목민족과 서로 섞이고 협력하며 북방 실크로드를 통해 중동, 유럽과 교류할 때 우리 민족은 강력할 수 있었지만 기후 등 여러 여건으로 초원의 길이 시들면서 고구려 같이 한 때 동아시아의 강자였던 나라도 힘을 잃었다.

한민족의 역사에서 북방 실크로드는 언제나 힘의 원천이었다. 그 길 위에서 꾸던 꿈을 잃었을 때 국력도 지리멸렬해지고 민족은 뿔뿔이 흩어지며 더욱 약화의 길을 걸었다.

그만큼 우리에게 새로운 북방로의 연결은 긴요하다. 그 길을 열기 위해 남북문제에서도 좀 더 유연함과 포용력이 필요하다. 오랜 기간 폐쇄됐던 북한보다는 우리에게 그 길이 더 요긴하기에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떼쓰는 철부지 같은 북한을 끌어안고 가야만 하는 것이다.

남북문제를 그렇게 널리, 멀리 보고 풀어야 하듯 당장의 경제문제 또한 그렇게 풀어가는 게 마땅한 해법이다. 세계 경제가 어려울 때 우리만 탕탕 배 두드리며 살 방법은 없다. 남들이 허리띠 졸라매면 우리도 그래야 한다.

선거 때문에 고통분담을 회피하면 더 큰 고통이 덮쳐올 수 있다. 물론 고통분담이 늘 약자들에게만 요구되는 불평등은 안 된다. 오히려 힘들 때 심화되기 쉬운 불평등의 고리를 끊는 악착같은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해서는 불평등이 더 심화되며 치유불능의 경제체질로 치달아갈 위험만 커질 뿐이다. 우리가 더 멀리 보고 가려면 건강한 체질부터 만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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