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굴기로 향하는 중국에 보낼 충고
대국굴기로 향하는 중국에 보낼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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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며칠째 한국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중국의 승전 70주년 기념식과 열병식. 한국 언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나 친밀한 대접을 받았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지만 막강한 신무기들을 대거 선보인 열병식이 사드체제 편입을 강요당하고 있는 한국 박근혜 대통령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그런 흥분한 언론의 모습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으로 비친다.

물론 시진핑 주석은 경제굴기에 이은 군사굴기의 칼을 빼들었다는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듯 이날 기념사에서 인민해방군 병력 30만 감축을 전격 선언하고 ‘평화’와 ‘발전’을 강조했다. “인민해방군은 조국의 안보와 인민의 평화로운 생활이라는 신성한 직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동시에 세계평화를 수호하는 신성한 사명을 띠고 있다”며 “전쟁은 거울과 같아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운다”고 말하고 “현재 시대의 흐름은 평화와 발전”이라고 역설한 것이다.

그는 또 세계는 평화롭지 않고 전쟁의 ‘다모클레스의 칼’이 인류의 머리에 드리워져 있다면서 역사를 거울로 삼아 결연히 평화를 유지 보호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 평화를 위해 인류가 공동운명체 의식을 수립해야 하며 편견과 차별, 증오, 전쟁은 재난과 고통을 가져올 뿐이라면서 상호존중, 평등, 평화벌전, 공동번영이 인간의 정도라고 강조했다.

일단 시진핑의 기념사 내용만 보면 본격적인 대국굴기로 나아가는 방편으로 군사적인 면보다는 경제에 더 치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병식에 선보인 중국의 첨단무기들은 주변국들은 물론 중국을 최대 경쟁상대로 인식하고 있는 미국을 긴장시킬 만하다.

인민해방군 감군을 천명하는 이유는 결국 그런 최첨단 무기를 보유한 자신감에서 나온 셈이기 때문이다.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군대는 재래식 무기를 가진 군대에 비해 1/3 정도의 병력이면 충분하다고 하니까. 군대의 감축이 곧 평화 의지는 아니라는 얘기다.

또 강대국 지도자가 세계평화를 위한 군대를 얘기할 때 이는 주변국들이 긴장해야만 하는 지극히 국제정치적인 수사이기도 하다. 결국 이런 중국의 강력한 무력이 일본의 무장 강화로 이어지고 지금처럼 남북이 서로 ‘누가 더 이뻐?’라며 매달리는 상황이라면 그 위험성은 월등히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많은 국내 언론들이 요 며칠 ‘북한을 홀대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잘 대접했다’고 희희낙락하는 보도들을 쏟아내는 꼴은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지금 남과 북이 대립하는 상황이라지만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중국의 120만 군대, 30만을 감축해도 90만 군대가 그 중 1/3을 한반도에 바짝 붙여두고 있는 데 좋아만 할 일일까.

게다가 군대 아닌 경제력으로 이미 남북한 모두를 뒤흔들고 있는 중국, 동북공정을 통해 북한 지역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까지 주장하고 나서는 중국이 보내는 메시지를 너무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실상 중국은 세계 최강국을 향한 발걸음에 거침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도광양회(韜光養晦 : 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림)라며 조심성을 보이던 태도를 벗어던지고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자신감 넘치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소위 대국굴기로 불리는 중국의 이런 행보에 주변국으로서는 늘 경계하고 조심하며 지켜봐야 함에도 한국 언론을 통해 보는 한국인들은 너무 옷섶을 깊이 풀어헤친 모습으로 비친다.

100여 년 전 중국, 정확히는 중국 한족과는 상관없는 이민족 국가인 청나라가 몰락함으로써 아시아가 유럽 앞에 힘없이 굴복한 치욕의 원인이 무엇이었던가를 생각해보며 지금 중국에 대해 우리는 그 역사를 다시 기억하도록 충고하는 입장에 서는 것이 오히려 나을 성싶다.

청나라의 몰락 이유야 전 세계의 무수히 많은 연구들이 있었으니 깊은 연구 없는 필자가 그런 논의에 끼어들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그래도 꼭 하나 지적하고 넘어갈 일이 있다. 그건 동아시아를 제패하며 세상의 경쟁자는 없는 줄 알았던 청나라가 결국 기술혁신, 새로운 산업의 부흥을 이룰 수 없었다는 점, 그래서 청나라가 이웃나라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며 산업혁명에 성공했던 유럽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이웃 나라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홀로 강대국으로 우뚝 섰던 대가가 결국 새로운 세력의 등장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지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유럽 앞에 무너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중국이 진정으로 큰 나라가 되고 싶으면 확장 대신 공존의 미덕을 중하게 여기고 그 뜻을 오래 간직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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