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단속 소문에 '흠칫'…SKT 3일간 가입자 2만여명 순감
[서울파이낸스 박진형기자] "대기자 많습니다. 남아있는 물량 모아서 보내주세요"
서울 모 휴대전화 판매상가의 한 유통점 판매원은 대리점 측에 단말 부족을 호소했다.
지난 주말 모 휴대전화 판매상가를 둘러본 결과, 평소 휑했던 판매점은 가입자들로 북적였다. SK텔레콤 영업정지 소식에 KT, LG유플러스의 지원금을 기대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 것이다.
최신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중 눈에 띄는 것은 삼성전자 '갤럭시s6'였다. 한 유통점 판매원은 구두가 아닌 계산기를 이용해 A사(가칭)로 번호이동 시 고객부담금이 25만원이라고 보여줬다. 이는 불법지원금 지급을 신고해 포상금을 타는 '폰파라치'의 녹취를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갤럭시s6의 출고가는 85만8000원이다. 599요금 기준, 지난 3일 공시지원금은 28만6000원으로 고객은 57만2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유통점에서는 고객에게 현금 25만원을 받은 뒤 0원으로 전산처리해 개통해주고 있었다. 32만2000원의 불법지원금이 추가 지급된 것이다.
기존 SK텔레콤 고객이던 배현식씨(가명·27)도 번호이동을 결심했다. B사의 경우 번호이동을 하더라도 고객부담금이 39만원(갤럭시s6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배씨는 "최근 휴대전화 액정이 깨져 스마트폰 구입을 위해 경북 구미에서 왔다"며 "여러 곳을 둘러봤지만 A사가 B사보다 14만원이나 더 싸 번호이동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해당 유통점은 기기변경 가입자보다 상대적으로 판매장려금이 높은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렸다. A사 기기변경을 문의한 고객에겐 "기변 단말이 없다"고 안내했으며, 기기변경 단말과 번호이동 단말이 다른 것이냐고 되묻자 "고객님과 관련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나 이날 방송통신위원회 단속반이 고객으로 위장해 불법지원금 지급 여부를 조사한다는 소문이 돌자 판매원들은 손님을 꺼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 불법지원금을 지급, 휴대전화를 싸게 파는 이른바 '성지(聖地)'라는 인식에 방통위 단속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관련 한 유통점 판매원은 "싼 가격에 휴대전화를 파는 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평소에는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어 죽을 맛"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단속에 걸릴 경우 유통점이 피해를 보는 구조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통상 불법지원금은 이동통신사가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에 높은 판매장려금을 책정했을 때 발생한다. 판매장려금 일부를 고객 혜택으로 돌려도 평소보다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는 번호이동에 높은 판매장려금을 책정하고, 불법지원금이 발생하면 늘 유통점 탓으로 돌린다"며 "실제 불법지원금 관련 폰파라치 신고에 대해서 이동통신사와 유통점이 (벌금을) 나눠 부담하기로 했지만, 그것도 지역이나 상황마다 다르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이동통신사가 판매장려금을 높게 책정해 일선 유통점의 불법지원금 지급을 조장하지만, 폰파라치 제도에 따른 벌금 부담에 대해서 소극적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벌금은 신고자에게 포상금으로 지급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이동통신사와 유통점의 포상금 분담률을 △100만~200만원, '8대2' △300만원, '7대3' △500만~700만원, '6대4' △1000만원, '5대5'로 정해 시행하고 있다. 방통위 단속에 따른 이동통신사 과징금을 별개다.
다만 당초 우려와 달리 주말 이통사간 번호이동 규모는 크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가입자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총 3일간 1만9335명 순감했으며,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는 각각 1만19명, 9316명 순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