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溫故知新)의 참뜻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참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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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요즘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논란이 한창이다. 한동안 검정교과서였던 역사교과서를 다시 국정화하겠다는 것이다.

국정화가 옳으냐 검정화가 옳으냐는 흑백논리로 가를 문제는 아니다. 역사교육의 참뜻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론이 없으니 양 논리진영의 진영 싸움이 되어서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단순히 옳으니 그르니 싸움을 지켜보기 전에 국민 대중들 속에서 우리는 역사교육을 왜 하는지에 대해서 함께 토론하고 사유해볼 기회로 삼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이 한편의 국민을 향해 선전포고하듯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문제에 간섭하는 것은 마땅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중심에는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이쯤 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인식에 대해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생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기반에는 뉴라이트가 있고 뉴라이트들은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그룹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이념적 뒷받침을 받는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교과서를 그들 입장 위주로 국정화하겠다고 나선다는 의심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대통령의 굴절된 역사의식을 바탕에 깔고 말하는 올바른 국가의식이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아리송해진다. 오히려 친일행위로 비판받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옹호하기에 뉴라이트의 관점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선택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 뿐이다.

더욱이 집권당인 새누리당 내에는 유독 친일행위를 한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 등 가족력을 가진 인사들이 영향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니 정부`여당의 선택에 신뢰를 갖기 어렵게 만든다. 그런 친일 조상을 비판까지는 못하더라도 변호하지 못해 안달하는 인사들이 말하는 올바른 국가관을 말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이미 제도권 사학은 식민사학이 뿌리에 뿌리를 쳐 더 이상 역사연구의 발전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인데 그런 역사학계의 문제점을 비판할 싹조차 뿌리 뽑겠다고 나설 위험이 너무 커 보여서 국정화 논란을 순진하게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자세는 아마도 온고지신(溫故知新)하려는 데에 그 뜻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옛일을 온전히 알고 거기 더해 새로움을 알 때 비로소 세상을 안다고 말 할 수 있을 터이니 역사를 제대로 탐구하고 묻힌 역사도 새롭게 발굴하고 끄집어내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런데 옛 지혜조차 파묻힌 것은 더 깊이 묻어두고 오로지 승자의 논리로, 우리를 지배했던 자들의 논리로 우리를 비하하는 역사학계와 친일논리로 무장한 뉴라이트들의 지지를 받는 정부`여당이 어떻게 올바른 역사를 이끌겠다고 감히 국정화 논란을 불러일으키는지 기가 막히다. 올바른 역사의식을 토대로 식민사학자들 혹은 뉴라이트들의 논리가 끼어들 여지없는 국정교과서라면 동의할 수도 있다. 이미 뉴라이트들에 의해 저술된 역사교과서가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킨바 있으니 그런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면 동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국정화 논란은 오히려 그런 위험한 불구덩이 속으로 우리 사회 미래의 싹들을 밀어 넣기 위한 위험천만한 논리에 의해 촉발되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 크다.

그나마 뉴라이트는 비판할 세력이나마 형성돼 있지만 식민사학은 그 뿌리가 마치 오래 묵은 대나무 뿌리처럼 사학계 전반에 얽혀 있어서 제대로 비판세력조차 형성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래서 우리 역사교육의 기저에는 패배주의가 깔려있다. 그러니 역사교육의 필요성에 공감조차 못하는 젊은이들이 적잖은 게 아닌가.

전통사회에서는 초보적인 교재였던 소학(小學)이라도 읽었더라면 오늘날의 롯데그룹 소동은 안 일어났을 테고 조금만 눈 밝히고 찾으면 알 수 있는 식민지 역사교육의 속셈을 생각해본다면 지금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일으키기에 앞서 그 토대가 될 역사학의 연구 지평부터 넓히도록 힘썼을 것이다. 한반도 안으로, 그 중에서도 휴전선 남쪽으로 우리의 사유 폭을 좁히기 위한 역사의식, 국가의식 논란은 정말 반(反)역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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