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금융동향 세미나>기업 구조조정+시장금리 상승 영향
"순이자마진 추가 하락 가능성…리스크 관리·수익 다각화 필요"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국내 은행권이 내년 순이익이 다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구조조정 강화로 11조원 이상의 충당금 폭탄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핀테크와 인터넷은행 도입 등이 본격화될 경우 기준금리 추가 하락 없이도 이자마진의 축소를 초래할 수 있는 우려도 제기됐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8일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된 '경제·금융 동향과 전망 : 2015∼2016' 세미나에서 "순이자마진(NIM)은 올해 수준에서 횡보하는 가운데 정부 주도의 적극적 기업부채 관리 강화로 내년 대손비용이 11조원 수준까지 확대할 전망"이라며 내년 당기 순익은 올해보다 12.5% 감소한 5조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순익 전망치는 전년(6조원)보다 소폭 늘어난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전제했다.
올 3분기 은행 실적 호전에 영향을 미친 대손충당금이 내년 들어서는 10% 이상 급증할 것이란 관측이다. 임 연구위원은 "경기회복 지연과 채권 은행에 대한 기업 구조조정 노력에 대한 관리 강화로 충당금이 11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내년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국내 시장금리 동반 가능성 등으로 내년 대출채권 부도확률도 상승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3분기 이익 개선에는 대손비용 감소 영향이 두드러졌으나 금융 당국이 은행 경영진에 충당금을 타이트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전달한 만큼 향후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대손비용 증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만 해도 시중은행이 갖고 있는 익스포져가 상당하다(3조4000억원)"며 "대손비용이 올해보다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계부채 관리 대책과 인터넷 전문은행, 핀테크 현실화 등도 은행 이자수익 증대를 제약할 요인으로 지목됐다. 배 소장은 "현재 은행권의 NIM이 1.3~1.6%까지 분포돼있으나 가계대출 상환 규제와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로 이자부자산 증가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핀테크와 인터넷 전문은행 등이 고객접점을 축소하고 프라이싱 파워를 약화해 마진이 나빠지고 수수료율이 떨어진다"며 "NIM이 횡보가 아니라 하락할 여지도 있다"고 전망했다. 임 연구위원도 "핀테크 업체가 주로 진출하는 소매금융 분야는 글로벌 은행산업 전체수익의 52%를 차지한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소매금융 분야에서의 고객 접점을 상실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향후 은행권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은행 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가운데 자산관리 역량을 활용한 고객 관리, 수수료 수익 확대 등이 긴요하다는 지적이다. 임 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의 PB 자산 규모는 크게 성장했지만 수익성 기여도는 매우 낮다"며 "PB영업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ISA 계좌 도입 모멘텀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리스크 관리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시된 기술신용대출의 부실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류찬우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금융 당국에서는 각 은행의 강점을 특화하는 성장을 독려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기업금융을 잘하는 은행이 가계금융을 늘리고, 가계금융을 잘하는 은행이 기업금융을 늘리는 등 차별성이 축소되는 모습"이라며 "계좌이동제나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통한 수수료, 서비스 경쟁이 질적 성장을 가져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