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군도의 갈등과 독도문제
남사군도의 갈등과 독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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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의 하나로 중국과 일본간 갈등을 빚고 있는 남사군도에서의 사실상의 무력시위를 위한 종합적 전략에 한국이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낀 새우꼴이 되고 말았다. 구 소련이 붕괴되기도 전인 80년대부터 군사적으로는 중국을 제1의 주적으로 간주하고 훈련해온 미국이 이제 아시아에서 영향력이 커져가는 중국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이를 위해 일본에게는 전범국가의 낙인을 지워주고 남사군도에서의 중일간 갈등에서는 명확하게 일본의 손을 들어주면서 미일베트남과 필리핀까지를 잇는 포위망을 만들고 있다. 적을 포위, 고립시키는 미국식 전략이 다시 한 번 동아시아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고립을 목표로 삼는 이런 포위망 속에서 한국은 박근혜 정부 들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줄타기를 시작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미국에 더 기울어져 있지만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서 서방국가 원수 가운데 유일하게 열병식에도 참석하는 등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분명하게 친 중국 노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이미 미국을 넘어 제1의 무역상대국이 된 중국을 소홀히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명백한 역사적 범죄조차 사과할 줄 모르는 오만한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미국의 심기가 매우 불편한 것은 그 나름대로 이해할 만하다. 미국의 우방국임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미국이 견제하는 중국과의 우의를 거침없이 과시하는 한국의 외교 전략에 언짢아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과 일본 간의 남사군도를 둘러싼 갈등에 한국이 일본 편을 들어달라고 미국이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 우리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주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일본 손을 들어주는 논리 가운데 하나가 중국이 남사군도에서 암초 및 환초의 매립공사를 하면서 자국 영해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인공 섬을 조성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므로 섬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 영해가 아닌 공해상에 미국 군함의 무해통항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은 최근 유엔해양법 협약 조항을 들고 나와 미국과 새로운 논리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들 간의 논리적 갈등을 어떻든 문제의 암초, 환초, 인공 섬 문제가 우리 영해 상에서도 분명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독도 문제만 해도 일본은 계속 독도는 섬이 아니라 암초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어도 해양관측기지를 암초 위의 인공 섬이라고 물고 늘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남사군도에서의 갈등 상황이 풀리더라도 어떤 논리로 풀리느냐에 따라 당장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미일과 중국 간의 갈등에 쉽사리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짓을 해서는 안 되게 돼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의 유일하게 요구한 내용이 남사군도를 둘러싼 미국 해군의 활동에 지지를 보내달라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고민이 깊겠지만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우리 영토와 영해권 문제가 걸려있는 이들 간의 논리 싸움을 제대로 간파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적어도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독도문제를 동시에 내걸고 대응했어야 이후의 문제에서 우리가 가진 고민을 저들이 가볍게 여기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이래저래 아쉽다. 적어도 독도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일본에 쐐기를 박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남사군도에서의 갈등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길을 찾을 수 있고 이어도 문제에 대해서도 더는 말이 나오지 않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이후 국토는 더 이상 육지만을 의미하지 않는 시대가 됐지만 우리의 해양 영토 지키기 수준은 매우 낙후돼 있다. 바다 영토 지키기를 제대로 하려면 온전한 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하지만 아직은 역할 구분조차 엉성하기만 하다.

대 함선 위주의 해군은 아직 잠재적 전쟁 상황에만 대비할 뿐 간헐적으로 우리 영해를 침범해오는 중국어선, 사실상의 해적들에게 대응하지 못한다.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해경이다.

그런 해경이 넓은 바다를 다 감당할 만큼 많은 숫자도 아닌데다 각종 해난구조활동의 책임까지 떠맡고 있다. 해난구조대가 별도의 조직으로 구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채찍을 들기는 쉽지만 제대로 일할 조건을 만들지 못한 채 채찍만 휘둘러서는 일의 실효를 얻기 힘들다. 조직의 통합도 필요하지만 세분화 역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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