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분담 필요" vs "비용부담 전가"
[서울파이낸스 박윤호기자]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대폭 인하한 가운데 카드업계가 밴(VAN)업체에 주던 수수료를 최대 30% 인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밴업계는 카드사의 이런 조치에 대해 비용 전가라고 반발하고 있어 향후 협상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밴사는 가맹점과 카드사를 연결해 주는 부가통신사업자로,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대표적인 밴 업체로는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 한국사이버결제 등이 있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와 BC카드가 최근 밴사들과 수수료 책정 방식 변경 협상에 돌입했다. 이에 다른 카드사도 연내 밴 수수료 재협상을 위해 나설 계획이다.
카드사들은 이번 협상을 통해 밴 수수료 체계를 기존 정액제(승인 한 건당 수수료 책정)에서 정률제(결제 금액에 비례해 수수료 책정)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신용·체크카드 결제가 보편화되면서 소액다건화 영향으로 되려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카드사는 지난 2일 정부와 새누리당의 방침에 따라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를 최대 0.7%p 낮춰 연 6700억원의 수익이 감소하게 됐다. 이에 카드사가 다른 거래 상대방인 밴사에 주는 수수료 비용을 낮추기 위해 나선 것이다.
밴협회에 따르면 카드업체가 밴사에 주는 수수료는 연간 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밴 수수료를 30% 낮출 경우 카드사는 약 3600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특히, 금융당국이 밴사의 대형가맹점 대상 리베이트를 금지한 만큼, 밴사도 여력이 생긴 것 아니냐는 주장도 카드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조치도 영세사업자들의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인 만큼 밴사들도 어느 정도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밴업계는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고 저항하고 있어 협상의 난항이 예상된다.
박성원 밴협회 사무국장은 "카드사들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처한 위험을 밴업계로 전가시키려는 것"이라며 "10%의 수익을 줄여도 회사가 휘청하는데, 내년에 갑자기 30%까지 인하하려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급격한 인하보단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차츰 인하에 나서는 것이 좋은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