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유가의 아이러니
低유가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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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테러리스트들이 세계 도처에서 준동함에도 불구하고 국방력으로 판가름 나는 세계 3차 대전은 벌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는 국방력이 일부 강대국들에게 지나치리만큼 쏠려있고 그들 강대국들에게는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시스템이 변화 없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새로운 변화는 결국 금융과 에너지자원의 결합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런 변화를 이끄는 바탕의 힘은 IT를 비롯한 신기술에서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둔화로 정치적 압력이 높아지면 정치인들은 그런 압력을 외부로 분출시킬 길을 찾기 마련이어서 국지전은 더 잦아질 수도 있겠다.

미국은 셰일오일 혁명을 통해 세계적인 유가 폭락을 견인했고 그로 인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등 미국이 견제하고 싶은 여러 나라들을 뒤흔드는 번외소득까지 올렸다. 유가하락을 미국의 음모론으로 보는 시각은 아직 광범위한 지지를 받지 못하지만 미국의 정책적 선택을 시간대별로 늘어놓고 보면 음모론이 나름대로 타당성을 얻을 여지도 보인다.

셰일오일 생산이 본격화하기 전까지 이란 봉쇄를 통해 산유국들의 석유 생산량을 대폭 늘리도록 만들고 이어 셰일오일을 통해 세계 석유시장을 좌지우지할 강력한 영향력을 획득한 후 이란 봉쇄까지 풀어버림으로써 산유국들을 외통수 길로 몰아넣어 버렸으니 의심을 살 만하다.

그런 미국이 연출한 유가 폭락의 결과 당연히 미국은 가장 큰 혜택을 받고 있다. 미국은 일부 에너지 기업을 제외하고 유가 폭락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거의 보지 않았다. 1년 전 연방준비제도(FRD) 재닛 옐런 의장은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유가 하락은 미국 경제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변화”라 했고 “기름 값을 절약할 수 있는 일반 가정들에게 유가하락은 감세와 같이 틀림없는 호재”라고도 했다.

그런데 미국의 그런 장담이 뒤집힐 지도 모른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이 유가 하락의 충격을 견뎌낼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사회`정치적 여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당장 세계의 대표적 유전들에 상당 부분 지분을 가진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이 2009년 2월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유가에 영향 받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업체 뿐 아니라 광산 업체들도 유가 폭락에 견디기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머지않아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미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에 이들 관련 업계에서 직업을 잃은 미국 시민은 12만2천3백 명에 달한다. 또 같은 업계에서 직업을 잃지는 않았지만 남아있는 노동자들도 전년 대비 1.5%의 임금삭감을 감수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석유가 주 수입원인 지방정부들-알래스카`노스다코타`텍사스`오클라호마`루이지애나 등 석유생산이 주 수입원인 지역들이 재정난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한다. 유가가 예산편성 당시보다 더 폭락하면서 벌써 재정계획이 무너진 곳들도 나타났다고 한다.

글로벌 경제 시대에 한 나라만 홀로 승승장구하기 힘든 구조가 미국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 세계 경제와 무역이 침체를 겪으면서 미국 국내의 관광산업과 해양`운수산업도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지금 유가하락을 중동의 대형 유전을 깔고 앉은 IS를 압박하는 데도 유용한 카드로 사용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런 다목적 카드가 다른 한편으로는 부메랑이 되어 자국의 사회구조에 타격을 입힐지도 모른다는 경고는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한편으로는 정부 통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비트코인을 정부 통제 하에 두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민도 시작됐다고 하는 데 어쩌면 비트코인이야말로 현재의 국가 중심 시스템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이 될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테러조직을 넘어 ‘국가’를 선포한 IS가 세금을 거두고 독자적인 화폐를 발행함으로써 역대 어느 테러조직과도 비교되지 않는 조직적 안정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국가와 개인의 관계가 보다 수직적인 권위주의 사회일수록 이런 변화에 더 취약해질지도 모른다.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길 원할수록 이런 변화들을 수용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그런 변화하는 시대의 어디쯤 속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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