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스런 우리 경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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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갭률은 2012년 하반기부터 마이너스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는 GDP갭률이 –0.7% 안팎, 내년 상반기에는 –0.4%로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잠재 GDP와 실질 GDP 격차를 잠재 GDP로 나눈 값인 GDP갭률이 마이너스를 지속한다는 것은 물가상승률 우려는 낮지만 경제활동이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불경기 상황이라고 설명된다. 그런 만큼 그동안의 갖가지 경기부양책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지난 5년간 불경기가 계속됐다는 얘기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은 그렇다 하고 그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질성장률이라면 우리 사회의 경제구조에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제까지의 각종 경기부양책이 그 잘못된 경제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로 처방된, 한마디로 숱한 재정을 허공에 뿌린 헛짓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불안정한 취업상황 등이 소비위축을 초래해 경기부진의 악순환 고리에 걸려든 것도 사실이지만 잠재성장률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정부도 대기업도 세계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채 허방만 짚고 다녔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런 정부와 대기업을 믿고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지 걱정이 커져갈 수밖에 없다.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정부나 금융당국이 저조한 물가상승률을 공공요금 인상 따위로 버텨내려 하는 처사는 쓸 돈 없는 국민 대다수를 더 쓸 수 없게 만들고 가계부채를 더 늘리는 방향으로만 몰고 가는 매우 위험한 처방이 될 수도 있다.

저유가의 영향을 한국은행은 상반기 정도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하반기부터는 물가상승률이 다소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국제 원유시장을 둘러싼 미국의 전략이 과연 상반기 중에 매듭지어질지도 미지수고 미래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에서 소득은 거꾸로 가는 현실까지 더해지면 소비위축이 더 심해질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는 듯하다.

한국은행도 글로벌 저물가 현상에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까지 한국은 세계 속에서 보면 저물가 수준이 그다지 심한 편은 아닌데 지나치게 그 문제만을 부각시키며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에게 소비를 재촉하기에만 급급했다.

세계의 산업이 가는 방향이나 경기 흐름이 어떻게 되든 국내에서 쥐어짜는 것만을 대책이라고 여겨온 결과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는 오히려 먼저 시스템을 바꾸는 과감한 방식을 고려해야 할 법하건만 정부도 기업도 여전히 타성에 젖어 낡은 프레임만 고수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몰아치고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지만 이제 스마트폰 시장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마디로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 세계적 불경기의 여파로 반도체 시장도 힘겨운 상태를 쉬이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제외하고 다른 먹거리시장을 어떻게 열어갈 것인지 움직임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그런 위기는 곧 한국경제의 위기가 될 만큼 한국의 GDP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이런 엄중한 상황을 앞에 두고도 지금 삼성그룹은 오너가의 유산상속 문제에만 너무 매몰돼 있는 게 아닌가 싶다. 3세 경영체제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이지만 아마도 상속절차를 마무리하기 전에 이건희 회장의 사실상 유고상태가 지속되다보니 벌어진 일일 터다. 하지만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큰 비중에 비해 너무 무기력한 시장대응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대기업의 모자란 대응이 어디 삼성전자 하나뿐이겠는가.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대기업에 대한 의존 심리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정책은 어떻게든 그 수익이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도록 애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의 경제가 지금 시스템 전환 요구에 직면한 모양새로 보이지만 아마도 그런 요구보다는 미국 금융자본의 탐욕이 더 입김이 세서 전환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발 앞서는 나라가 앞으로의 생존에 더 유리할 것이다. 그런 변화의 흐름을 우리는 어디쯤에서 따라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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