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만에 첫 적자…"매각보다 청산 건수 많아"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포스코가 1968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도 당기순손실을 내긴 했지만 연간으로 적자를 기록한 건 47년 만에 처음이다. 포스코는 올해 구조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지만, 적자 계열사 위주의 매각인 만큼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28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지난해 연결 기준 9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환율 상승으로 1조600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해 사상 첫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며 "주가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시황부진에 따른 자회사 실적 부진이 손실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철광석 등 원료가 하락으로 인한 해외 투자광산 자산 가치 감소와 외화부채 평가손실이 실적에 반영됐다. 지난해 매출액 58조1920억원, 영업이익 2조4100억원도 각각 10.6%, 25% 감소했다.
포스코의 실적 악화는 전 세계 철강산업이 침체된 가운데, 중국의 과잉공급으로 저가 철강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 탓이 크다.
한국철강협회가 발표한 '12월 철강재 수입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철강재 수입량은 187만톤으로 지난해 11월 166만톤보다 다소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는 1.4% 증가했다. 지난해 9월~11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철강재 수입량이 다시 늘어난 것. 특히 전체 수입의 62.9%를 차지하는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전년비 5.9% 증가했다. 수입량은 117만7000톤으로 전달과 비교해도 12.4% 늘어났다.
오인환 포스코 철강사업본부장은 "중국산 수입 규제가 없는 나라는 동남아시아와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10년 전과 비교하면 배 정도 증가했다. 생산원가 이하로 불공정하게 들어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수입재를 단순 임가공하는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위한 예비 타당성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포스코의 실적악화를 대외 여건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포스코 국내외 철강법인들의 부실이 심상치 않다. 잇따른 해외 투자와 확장이 포스코 철강 신화를 흔드는 형국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포스코의 계열사는 국내 43개, 해외 178개에 달한다. 하지만 계열사 대부분이 적자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해 계열사 19개를 청산했고, 매각 11개, 합병 4개 등 총 34건의 계열사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올해 35개 계열사를 추가로 정리해 2017년까지 95개사를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측은 "구조조정 149건 목표 중 68건을 진행해 반 이상 달성했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해에만 2조원이상 현금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리 대상 계열사들이 대부분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업황마저 좋지 않아 앞으로의 구조조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말 포스하이알은 자산 매각을 추진했지만 본입찰에 아무도 응하지 않아 파산선고를 받은 바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스틸(KS)과 합작해 2013년 말 완공한 크라카타우포스코는 2014년에만 약 2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설상가상 인도네시아 제철소 건설 관련한 비자금 의혹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인도 제철소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포스코는 2005년 인도 오디샤주 정부와 제철소 건설 MOU를 맺었지만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동남아지역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동차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설비 등을 KS와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계열사 구조조정이 매각보다 청산이 많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구조조정 내역을 보면 매각 수보다 청산 수가 많다. 그만큼 돈을 받고 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계열사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올해도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올해 연결 기준 매출액 목표를 58조7000억원으로 책정했다. 투자비는 지난해보다 3000억원 늘어난 2조8000억원으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