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개인별 성과주의에 따른 부작용과 관련해 "성과평가 시스템을 어떻게 도입하느냐에 따라 예방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손 국장은 1일 금융위 1층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과당 경쟁을 유발하는 단순한 계량적 지표, 수익성 관련 지표가 아닌 질적 지표 또는 고객 위주의 지표가 중시되면 부작용은 해소될 수 있다"며 "주요 해외은행들은 영업실적 평가 또는 판매 목표를 없애고 고객서비스 지표만으로 평가해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날 손 국장과의 문답 내용.
▲왜 2단계 금융개혁으로 성과주의를 제기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금융당국이 먼저 변화하고 있고 금융의 틀과 판이 바뀌는 만큼 금융회사가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전문성,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변화와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성과주의가 추진되는 것이다. 애초 금융개혁을 완결하는 마무리 과제로 계획했다. 작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나 작년 3월 금융개혁 방향을 발표할 때 성과평가, 보상체계 개선이 이미 포함됐다.
▲왜 금융공공기관은 성과급 개선에 있어 다른 공공기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지?
=국민의 부담으로 운영되는 금융공공기관은 정부가 추진중인 노동·공공·금융개혁의 핵심이다. 선도적,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금융공공기관은 금융 기능과 시장안전판 등 정책금융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생산성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 금융공공기관의 혁신성과 전문성을 선도적으로 제고해야 한다. 또 금융공공기관의 업무는 민간과 유사한 측면이 있어, 민간금융분야도 참고할 수 있는 모범사례를 제시해야 한다.
▲성과주의가 결국 임금 깎자는 얘기 아닌지?
=성과주의는 임금이 높고 낮음을 고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거나 못하거나 동일하게 대우하는 것을 바꾸려 하는 것이다. 보수문제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성과와 연계된 인사제도의 운용,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제도의 제공 등 조직 전반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다.
▲노조가 반대하고 있는데.
=성과 중심 문화 확산을 위한 과제들은 직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특히 보수체계 등은 노조와의 합의를 필요로 한다. 우선 직무분석 착수,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과정의 신설 등 법률상 노사합의가 필요하지 않은 과제는 직원들에게 충분히 이해를 구하고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할 것이다. 노사 협의가 필요한 과제는 사용자 측의 방안을 마련해 노조 측에 협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특히 성과주의 도입의 어려움으로 노조 측에서 주로 지적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평가 시스템' 구축을 위해 외부 컨설팅 등 직무분석, 평가지표 선정 등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노·사 공동 TF' 구성을 제안하고 운영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조 뿐만 아니라 직원 참여 절차를 보장해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 노사 간의 협의를 통해 성과주의 도입을 추진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분명히 부여하고, 진척도에 따라 인력·예산·업무계획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 노조 뿐만 아니라 소속 직원에게 제도 변경의 내용을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도 강화하겠다.
▲개인별 성과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실적 달성을 위한 불완전판매 등 금융시장 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성과평가 시스템을 어떻게 도입하느냐에 따라 이러한 부작용은 예방될 수 있다. 과당 경쟁을 유발하는 단순한 계량적 지표, 수익성 관련 지표가 아닌 질적 지표 또는 고객 위주의 지표가 중시되면 해소될 수 있는 문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해외은행의 경우 영업실적 평가 또는 판매 목표를 없애고 고객서비스 지표만으로 평가해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성과주의가 가장 많이 정착된 증권업계의 경우 약정고가 아닌 거래고객의 수익률을 성과지표로 채택하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 오히려 민간 은행부문에 성과주의가 충분히 도입되지 않아 담보 위주의 대출을 비롯한 보신주의, 부실처리를 미루는 여신 관행, 외부청탁, 온정주의에 입각한 인사풍토 등의 잘못된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불완전 판매 방지 등 소비자 보호의 문제는 금융회사 스스로의 내부통제를 통해 견제·감시장치를 지속 확충해나가고, 앞으로 금융개혁 차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금감원 소비자 보호 조직 강화 등을 추진할 것이다.
▲금융공공기관의 업무를 계량화하기 어렵고 팀단위 협업이 필요한 업무라 개인성과는 측정하기 어려운 것은 아닌지?
=집단평가만 하면 성과에 따른 차등없이 동일한 성과급을 받게 되므로 무임승차자 문제가 발생한다. 팀워크도 중요하지만 무임승차자가 확산되는 경우조직 전체의 생산성이 저하된다. 집단평가와 개인 평가의 조화가 필요하다. 보수에 연동하지 않을 뿐이지 이미 개인 평가는 실시되고 있고 이를 통해 승진 등 인사고과에 반영되고 있다. 해외 선진금융기관의 경우에는 개인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보수·인사에 연계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당연한 문화다. 개개인의 역량 뿐만 아니라 팀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협업도를 측정하는 평가지표 운영, 동료 평가 등 다면평가 활용 등의 보완 방안도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금융공공기관은 공공성과 함께 기업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 성과에 대한 측정과 평가가 가능하다. 기관 성과는 현재 공공기관의 경영 목표를 설정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측정하고 있고, 개인 성과는 많은 공공기관에서 기관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연계한 목표관리제(MBO)에 의한 평가 시행되고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평가 시스템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를 마련하고 정착시키고자 하는 노사의 적극적인 자세와 노력이 중요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노조 면담에도 직접 나설 계획이 있다고 했는데.
=금융공기관은 노사 협의가 진행될 예정인데, 필요에 따라 금융위원장이 직접 만나 노조의 애로를 직접 청취할 의사가 있다.
▲민간금융회사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 민간금융회사는 당국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 분위기를 통해 성과주의 확산을 유도할 것이다. 성과주의 뿐만 아니라 작년 임금피크제를 진행할 때도 가장 도움을 준 부분이 명분이다. 금융기관과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사회 비판적인 시선을 극복할 수 있는 세가지 명분이 확보되면 이행은 상당히 용이했다는 말씀을 오늘 기관장 한분이 말씀하셨다. 직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기관과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보면 얼마든지 정착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지금처럼 전 직원이 창구를 도는 시스템으로는 성과 평가에 한계가 있지 않나. 직무별로 채용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입장은?
=오늘 그 부분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정부도 공감하는 부분이고,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