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구조조정과 낙하산 인사
[홍승희 칼럼] 구조조정과 낙하산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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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선해운업계를 필두로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정부가 그동안 주창해온 바대로 진행된다면 적자를 보고 있는 적잖은 공기업들도 그 대상에 들 만하다. 그로 인해 이미 실직 위기에 내몰렸거나 내몰릴 위험을 감지하고 가슴 졸이는 노동자들도 많다. 구조조정이 곧 감원이라는 이상한 등식이 일반화된 분위기이니 그 위험성을 감지하고 떠는 노동자들의 숫자는 구조조정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정부 관계자들의 상상 이상으로 많을 터다.

어디 직접 구조조정 대상이 될 기업뿐이겠는가. 수많은 협력업체들도 바짝 긴장한 채 추이를 지켜보고 있을 터이고 그런 분위기 속에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또 얼마나 긴장하고 있을지 꼭 두눈으로 확인해야만 알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한편 그런 뒤숭숭한 분위기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몰아치는 곳들이 총선 후유증으로 궐석 중인, 혹은 임기 만료를 앞둔 공기업 임원자리들이다. 이 경우는 당사자들이 아니라 낙하산 인사로 내려올 이들을 맞아들여야 할 해당 기관들이 뒤숭숭하다는 점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다.

특히 총선 끝나고 정치권에서 밀려 내려올 이들도 많은데다 정권 말기의 보은성 인사까지 겹치면서 관련 전문지식이라곤 전혀 없는 일명 정피아들의 공기업 임원 감투 달기는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할 전망이다.

연내 임기만료되는 공공기관장이 81명, 공석 중인 곳이 8곳이나 된다는 데 어디 기관장들만 대상이겠는가. 낙하산 인사를 하는 쪽에서 제일 만만하게 여기는 게 감사라는 자리다. 전문성 없는 이들을 감사 자리에 꽂는 일은 결국 내부 감사는 포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공기업의 구조 개혁은 그저 공염불이다.

더욱이 현 정부 들어서는 모든 공기업 임원 인사를 청와대가 직접 챙기다보니 공기업을 관리해야 할 정부 부처들은 그저 청와대가 낙점할 때까지 기다리며 손 놓고 있다는 전언도 있고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정부여당에서 밀려 내려올 낙하산 인사들의 전문성은 기대하는 게 부질없는 짓이 되고 말 것이다. 물론 그 틈새로도 관피아들이 파고드는 자리들은 여전하니 공기업에 정상적인 인사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전문성 없는 임원들이 자리를 꿰차고 앉은 공기업이 성과를 내라는 요구는 그야말로 우물에서 숭늉 구하는 일 아닌가. 그런 공기업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분다면 그건 또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노동자들만 희생시키는 짓으로 그치고 말 일이다.

19대 국회에서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10건 넘게 제출됐지만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고 한다. 새정치를 내세우는 국민의당은 아예 20대 국회에서 제출할 1호 법안 중 하나로 ‘낙하산 금지법’을 선정했다고 할 만큼 우리 사회의 심각한 폐단 중 하나가 공기업 낙하산 인사다.

일선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늘 언제 잘려도 좋은 자리인양 수시로 ‘감원’의 칼날을 휘두르면서 전문성도 없는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들은 그 숫자가 엄청나다. 공기업`준정부기관 임원 추천 대상만 1,300명이라는데 실상 정권이 행사할 수 있는 자리는 그 몇 배, 혹자는 10배가 넘는다고도 할 만큼 많다. 그래도 보은성 인사를 하기에는 그 자리가 부족하다는 게 또 정치권의 얘기이고 보면 일자리 하나에 온 가족의 생계가 걸려있는 노동자들로서는 또 얼마나 허탈한 노릇인가.

낙하산 인사들의 전문성 결여만이 문제는 아니다.

우선 정치권 출신들은 일단 자리에는 명패만 걸어놓고 다음 선거를 위해 자기 지역구 관리에 더 열을 올리기 십상이다. 전문성이 없다보니 그 자리를 지키거나 말거나 일에 지장 가는 일도 없고 차후를 준비하는 기간에 일하지 않고 보수나 챙기는 것이나 진배없다.

게다가 다른 자리에서 물의를 빚고 물러난 인사들이 버젓이 공기업 임원으로 옮겨 앉는 사례도 적잖다. 특히 대중들의 눈에는 잘 띄지도 않는 감사 혹은 감사위원 같은 자리들은 정치적 희생양을 삼았던 인사들에게 만들어주기 적당한 자리 정도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여기저기 공기업에서 임시 몸을 의탁하는 계절성 낙하산 인사들 중에는 자원 공기업에서 금융기관으로, 전혀 상관없는 분야를 옮김으로써 비전문성을 스스로 노출하는 사례도 지적된다. 그래도 비판보다는 침묵이 지배하는 한국사회에 과연 희망은 있을까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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