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금융당국이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 작업에 나선다. 보험료 과다청구 등으로 선량한 가입자들이 피해를 입는 '비정상'을 정상적 구조로 바꾸기 위함이다. 소위 의료쇼핑·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일부 소비자와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근절 하지 못할 경우 실손보험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
18일 금융위에서 실손보험 개선방향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을 알아봤다.
Q : 금융당국의 실손보험 개선 목적은 무엇인가.
A : 금융당국의 의도는 '선량한' 가입자들을 돕는 것이다. 이 사람들이 실손보험을 10년, 20년동안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해 실제 의료 서비스가 필요할 때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보험사 편을 든다는 의견이 있지만, 보험사들의 손해율을 낮추는 건 금융당국의 목적이 될 수 없다. 손해율이 높던 낮던 그것은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들이 감당해야 할 문제로 본다.
Q : 각 방안은 언제 쯤 마무리되나.
A : 7월 초까지 문제점을 찾고 7월~10월 넉 달에 걸쳐 실무 TF에서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실무 TF는 소비자단체, 의료계, 보험업계의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키고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올 연말 11월, 12월 쯤 다시 차관급 TF를 열어 마무리할 것은 마무리하고 향후 과제로 추진할 것은 남기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Q : 실손보험 제도 개선 TF에서 나온 방안이 바로 적용되는가.
A : 내년 표준약관이 바뀐다고 해도 전체 소급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TF가 그간 실손보험에 제기됐던 고질적인 문제들을 모두 바꾸기는 어렵다. 내년 또는 후년에 국회에서 논의가 돼야 할 문제도 많다.
다만 올 연말까지는 실제 금융당국과 보건복지 당국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들을 실천해 보자는 것이다. 복지부는 진료 코드 표준화를 확산시켜 나가고 금융위는 실손보험 표준약관을 정비하는 계획을 잡고 있다.
Q : 간편 청구 방안은 무엇인가.
A : 현행 실손보험금 청구는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돈을 낸 후 영수증을 떼서 보험사에 제출하고, 보험사는 지급심사를 거친 후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넣어주는 구조다.
문제는 바쁘고 귀찮아서 또는 청구절차를 몰라서 보험금을 안 타가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현재 고려하고 있는 대책은 '보험금 청구 ONE-STOP 전산시스템'을 의료기관에 설치하고 본인이 그 곳에서 직접 자동 청구하는 방식이다. 의료계와 오해가 많이 풀렸고 IT업체 몇 곳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 자기부담금이 20%로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개정 작업에 나섰다. 지나치게 성급한 것 아닌가.
A : 자기부담금을 20%로 올리고 9개월가량 지났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자기부담금 상향이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제어하고, 시장의 가격경쟁을 촉발시키는 데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이 방법(자기부담금 상향)까지 포함한 방안을 여러 개 시뮬레이션 하고 있다. 물론 자기부담금을 50%로 올리면 도덕적 해이를 확실하게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실손보험의 기본 취지와 맞지 않다.
Q : 자동차 보험처럼 가입자마다 인상률을 차등화 하거나 횟수나 금액을 제한하는 대안도 있다.
A : 그런 의견이 업계에서 나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동차보험은 기본 보험료가 꽤 비싸고 한번 사고를 내면 할증되는 금액이 크다. 실손보험은 단독형으로 제일 싼 곳이 9천원이고 비싸봐야 1만2000원~1만3000원이다. 갱신되도 1만원~3만원이 오른다.
자동차 보험은 의무보험으로 진료적정성에 대한 건방보험심사평가원 심사가 있고 국토교통부가 주 부처다. 때문에 자동차 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은 동일 선상에서 보기 힘들다.
Q : 금융위가 도입한 보험산업 로드맵, 즉 보험 가격 자율화와 상충하는 것 아닌가.
A : 그런 고민이 많았다. 자동차보험은 소비자가 마음만 먹으면 싼 상품을 소비자가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실손보험은 (조심스럽지만) 사실 2009년 상품 표준화 이후 가격을 일절 못 올리게 했다.
가격은 조절하지 못하고 손해율은 치솟고. 당연히 괴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 괴리감을 좁혀가는 과정이다.
원인이 어디에 있던 간에 분명한 것은 이 속도로 가면 보험료 급상승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점이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당국이 보험료를 못 올리게 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보험사들은 더 이상 실손보험을 팔지 않을 것이다. 그게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우선은 비급여 영역 등 시장에서 가격 발견 기능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다. 지금 가격 측면에 대해서는 답변 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