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금융감독원이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자살보험금(재해사망보험금)을 모두 지급하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보험산업이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만큼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보험사가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 또는 지연할 경우 임직원에 대한 엄중 조치까지 고려하겠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23일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올해 2월 기준 미지급 자살보험금과 관련된 계약은 2980건(2465억원)으로 이 중 소멸시효가 지난 건은 2314건(2003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권 부원장보는 "금감원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약관은 지켜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취지와 부합하게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금감원의 결정은 대법원에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났는데도 생명보험사들이 다시 소멸시효(보험청구권 2년)에 따라 지급 여부를 구분하려 하자 단호한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관련 정당하게 청구된 자살보험금(재해사망보험금)에 보험사가 고의로 일반사망보험만 지급한 것은 회사의 귀책 사유가 분명하다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다.
또 보험사의 주장대로 소멸시효가 지나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어졌다면 연금, 이자 등을 과소 지급한 후 장기간 경과한 뒤에 사실이 드러난 경우에도 보험사들의 지급의무가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이는 민사적으로 소멸시효를 다투는 것과 별개로 보험업법 위반행위에 해당된다.
권 부원장보는 "이미 지난 12일 대법원 판결시점에서 자살보험금 관련 계약의 80% 이상이 소멸시효를 넘겼다"며 "대법원의 소멸시효에 관한 판결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금감원은 대법원이 민사상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당초 약속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휴면보험금을 보험계약자 및 수익자에게 돌려주고 있는 것과 같이 이번 자살보험금도 적극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권 부원장보는 "보험금 지급률이 저조한 회사는 지급절차 등에 대한 현장검사를 다시 실시하는 등 적극 대처할 계획"이라며 "보험회사 귀책사유로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경우 소멸시효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등 관련법규도 개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