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vs 보험사, 자살보험금 사태 '벼랑끝 대치'
금감원 vs 보험사, 자살보험금 사태 '벼랑끝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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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금융감독원

보험사들 "대법 판결이 우선"…당국 제재절차 돌입 

[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자살보험금 사태가 벼랑끝 대치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지급 권고'에 보험사들이 '대법 판결이 우선'이라며 맞서고 있는 것. 결국 금융당국이 미지급 보험사에 대한 제재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소비자단체들도 연대 움직임에 나섰다.

1일 소비자단체 5곳(금융소비자연맹,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금융소비자네트워크)은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즉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현근 민변 변호사는 "보험사들은 자살보험금을 알고도 고의로 지급하지 않았다"며 "소비자를 속인 보험사들이 이제 와 소멸시효를 운운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조연행 금소연 대표도 "생보사들은 약관의 기본원칙인 '작성자불이익'에 따라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보험금 지급 약속을 어긴다면 소비자들은 더이상 보험사를 믿고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0년까지 보험사들은 '계약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 자살한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관을 담은 보험상품을 판매했다. 하지만 정작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주계약에 의한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하고 특약에 의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통상적으로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의 2배가 넘는다.

지난달 자살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지만 생보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에 대해서는 다른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소멸시효가 지나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어지기 때문.

▲ 사진=김희정기자

하지만 대법원 판결 직후 금감원은 기자회견을 직접 열어 "대법원의 소멸시효에 관한 판결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지난 31일까지 미지급 자살보험금 2465억원에 대한 지급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생보사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현재까지 생보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자살보험금은 대부분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대형 3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를 비롯한 14개 생보사는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2465억원으로 이 중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약 81%(2003억원)에 달한다. 액수가 적은 보험금만 우선 지급해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생보사 관계자는 "금감원의 권고는 법적인 강제성이 없다"며 "향후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회사 주주 입장에서는 경영진에 배임죄를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아예 줄 수 없다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일단 기금을 만들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따로 보관한 후 판결을 지켜보겠다고 제안했지만 감독당국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결국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반기에 칼을 빼들었다. 지난 2014년 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사 검사에서 적발된 생보사 14곳(△ING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알리안츠생명 △동부생명 △한화생명 △신한생명 △KDB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현대라이프생명 △PCA생명 △흥국생명△DGB생명 △하나생명)에 대한 제재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세한 계획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보험업법 134조에 따라 임원의 해임권고·직무정지의 요구, 6개월 영업정지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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