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한국 전기차의 잿빛 미래
[홍승희 칼럼] 한국 전기차의 잿빛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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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한국 하늘을 오염시키는 최대 오염원으로 지목됐던 북경의 뿌연 대기오염 상황이 요즘 빠른 속도록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의 하나가 화석 연료차의 신규등록을 적어도 북경시에서는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전기차의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장을 먼저 만들면서 전기차 생산을 독려하고 있으니 중국의 전기차 생산능력은 일취월장하는 게 당연하다. 이미 중국 1위의 전기차 생산업체인 비야디는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인 테슬라와 한판 승부를 벌일 자신감에 차 있다고 한다.

그런 중국 정부의 시책 덕분인지 이미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30만대를 넘어서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성장궤도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연히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메이커들이 앞다퉈 중국시장 공략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중국은 이미 자체 생산능력을 미리 갖추고 세계적인 전기차들의 경쟁을 지켜보고 있다.

시장분석기관들이 보는 지난해부터 향후 10년간의 전기차 시장 전망은 2025년이면 하이브리드 및 순수 전기차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5천330억 달러(약 632조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것.

그만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 한국 정부가 입에 달고 쓰길 즐기는 미래 먹거리로서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싶을 만큼.

그런데 한국 내에서 지금 전기차 판매량은 매우 저조하다. 전기차를 쓸만한 사회 시스템이 미비된 탓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되는 유일한 전기차였던 한국GM의 모델 ‘스파크 EV’를 8월부터 단종하겠다고 한다. 올들어 100대도 안 팔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한국GM의 결정에 대해 향후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은 생산기지, 수출기지 아닌 판매기지로 전락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미래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설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어두운 전망을 낳는 시각이다.

시장을 만들며 전기차 생산을 독려해온 중국과는 너무 다른 한국의 실상이 이런 어두운 전망을 부르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만들고 구체적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한 달도 채 안돼서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었다. 이유는 부처간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이 대책에는 처음부터 환경개선을 위한 기본이 빠져 있었다. 무슨 고등어구이가 환경오염의 주범처럼 몰리며 애꿎게 어민들만 타격을 받게 만들었지만 경유차를 줄이기 위한 경유값 인상은 쏙 빠져있는 식으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입김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식으로 업체들의 당장의 이익에만 매달려 공기오염도 줄이지 못하고 한국 자동차산업이 전기차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압박할 수단도 버렸다.

게다가 친환경차의 하나로 분류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의 연비 라벨에 필수 정보를 포함하지 않음으로써 소비자들로 하여금 친환경차에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입김이 정부 부처내에서도 환경부를 한 구석으로 밀어버릴 만큼 막강한 까닭에 우리나라 환경정책은 늘 제자리 걸음을 못 면하고 있다. 물론 환경부조차 때로는 산업계의 영향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제대로 된 정책을 회피하기 일쑤이긴 하지만.

정말 미래를 걱정한다면 미래기술, 미래산업에 대한 정확한 전망을 내놓고 그 바탕 위에서 종합적인 청사진을 마련해야 하며 그 청사진에 맞춰 미래 시장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가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 관료들에게 그런 미래 시장을 보는 안목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관심이 없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정권 핵심들 사이에서 미래 시장에 관한 안목과 관심이 없어서 관료들의 건의를 묵살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대체로 당장의 수출 실적 외에는 관심이 전무한 듯이 보인다.

통수권자는 적어도 100년 앞을 내다보고 정책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고 고위 관료들도 최소한 10년 앞은 내다보며 정책을 구체화해나갈 리더십이 절실하다. 우리에게 과연 그런 지도층을 기대해도 좋을만한 여건이 갖춰졌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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