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법적대리인) 심문이 종결됐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 역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가정법원은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 6차 심문을 10일 마쳤다. 법원은 오는 19일까지 양측이 제출한 모든 자료를 검토해 오는 22일 이후 후견인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여기에는 서울아산병원과 국립정신건강센터를 통한 신 총괄회장의 진료기록 또한 포함됐다.
이날 마지막 심리에서는 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신정숙씨 측과 이를 반대하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열띤 공방을 펼였다. 이들은 각각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과 장남이다.
특히 신 총괄회장의 치매약 복용에 대해서는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며 치열하게 맞섰다.
신정숙씨 측 법률대리인인 이현곤 변호사는 "치매 관련 수년째 투약 이력과 병원 진료 내역,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직접 심문 등을 통해 (정신건강 이상이) 입증됐다고 생각한다"며 "빠른 시일 안에 후견인이 지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SDJ코퍼레이션)측 김수창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이 치매약 '아리셉트'를 복용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예방 목적으로 복용했을 뿐 정신감정을 통해 치매 판정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신 총괄회장의 판단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신정숙씨 측 법률대리인은 심리에서 아리셉트가 치매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예방 효과가 없다는 점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병원 기록 등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 측이 객관적 검사를 통한 치매 확진 또한 스스로 거부했다는 점도 거론하며 재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와 법조계는 지금까지 정황을 바탕으로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 지정이 유력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롯데그룹에 대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신 총괄회장의 뜻이라며 경영권 승계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일본롯데홀딩스 주주들을 설득해온 신 전부회장은 후견인이 결정되면 설득력을 잃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 전 부회장은 현재 해외여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신 전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권 다툼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부인 조은주 씨와 함께 해외 여러 나라를 돌며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으며 마지막 심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며 "현재 체류 중인 국가나 귀국 시점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