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법정관리 위기에 직면한 한진해운이 선박금융 유예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난항을 겪었던 용선료 협상도 완료를 목전에 두고 있다.
28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지난 27일 독일 HSH 노르드방크, 코메르쯔뱅크, 프랑스 크레딧 아그리콜 등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해운 선박금융 채권 상환유예에 대한 동의의사를 전달받았다.
산업은행의 보증이 없을 경우 상환유예가 불가능하다고 밝혀왔던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한진해운 살리기에 동참한 것이다.
이들은 한진해운의 해운 선박금융 채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 금융기관들로, 상환유예만으로도 약 1280억원의 자금 조달 효과를 볼 수 있다.
한진그룹은 "이번 결정에 따라 타 해외 금융기관들도 동참하겠다는 의사 표명이 이뤄지고 있어, 총 4700억원의 자금조달 효과가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용선료 조정 협상에서도 마지막까지 난항을 겪던 최대 선주사인 시스팬이 산업은행의 동의를 조건으로 용선료 조정에 합의하면서, 타 용선료 협상까지 완료됐다. 약 8000억원의 자금 조달 효과가 발생한다.
이로써 한진해운은 용선료 조정에 따른 8000억원, 선박금융 유예를 통한 4700억원 등 총 1조27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조달하는 효과를 보게 됐다.
한진그룹은 지난 25일 △한진해운 유상증자 시 대한항공의 4000억원 유상증자 참여 △추가 자금 필요 시 그룹 계열사의 자금 지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추가 1000억원 등 총 5000억원에 달하는 자구안을 제출한 바 있다.
한진그룹은 유상증자 4000억원 이외 내년 7월 기준으로 자금이 부족할 경우 그룹 계열사의 자금 지원과 조 회장의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10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진그룹은 이번에 제출한 자구안이 그룹으로서는 조달 가능한 최대한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2014년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래로 1조20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지원 규모는 총 1조7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현재 한진그룹은 재무적으로 상황이 녹록치 않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2분기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100%에 달한다. 한진그룹은 "5000억원 이상의 지원은 무리"라며 "그럼에도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한 일념으로 이 같은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한진그룹은 해운산업 붕괴되지 않도록 정부와 채권단이 발 벗고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사실상 한국 해운산업 자체가 붕괴되는 것은 물론, 해운업과 필수불가결한 관계인 조선업, 항만업 등 연관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현재 해외금융기관들까지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도록 나서고 있는 만큼, 정부와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