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좋은 의사와 바람직한 관료의 조건
[홍승희 칼럼] 좋은 의사와 바람직한 관료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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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 3당의 합공에 의해 통과되지 못한 인사 3명을 국회 의사를 무시하고 대통령이 해외에서 전자결재로 전격 각료 임명한 사태가 있었고, 이어 국회는 다시 그 중 한명인 농림수산부 장관만 콕 찍어 해임건의안을 상정했고 아마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임건의안이 통과된다고 청와대에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일단 건의인 만큼 법적 구속력이 없으니 대통령이 묵살해도 그 뿐인데다 이미 국회에서 부적절하다고 결론내린 인사를 신임각료로 전격 임명한 대통령이 국회의 견제를 고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기 때문이다. 임명 직후 해임건의안이 발의된 만큼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제까지 보여 온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로 볼 때 압박감을 느껴 물러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로써 그동안 암묵적으로나마 지켜지던 국회의 행정부 견제기능은 사실상 죽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론몰이에 끌려 다니며 국회의 특권 죽이기에만 먼저 나서는 것도 씁쓸하다.

과도한 특권은 분명 사라지는 게 답이지만, 그 특권들 중에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탄생한 특권도 있었음을 기억해야 옳지 않을까 싶다. 그 중 하나가 국회 회기 중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이다.

그동안 국회 회기 중의 불체포특권이 늘 문제거리로 거론돼 왔지만 당초에 왜 그런 법이 생겼는지를 생각해보면 요즘처럼 국회가 합법적으로는 견제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법을 없애자는 게 합당한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뭐, 여론 때문인지 여당이나 야당이나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이니 국외자로서 왈가왈부하기도 어렵지만 시기적으로 그다지 적합해 보이지는 않는다.

어떻든 오늘의 말하고자 하는 속내는 그런 국회와 청와대의 골치 아픈 기싸움 따위는 아니고, 왜 우리가 부정하게 돈 번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너무 돈 많이 쓰는 신임 각료 내정자 때문에 심사 복잡했던가를 되짚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부동산을 사거나 투자를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생활비로 연간 5억씩 쓰는 것도 실은 재주다. 서민들에게는 그런 돈 주고 다 써야 한다면 엄청난 압박이 될 수도 있는 금액이다.

그렇지만 법적으로 그렇게 돈 쓰면 각료 못될 이유는 없다. 그래서 심기 불편해진 대중들이 많았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잠깐 생각을 달리 해볼 여지는 있다. 일전 병원에 다녀오던 길에 우스갯소리로 한 얘기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겁나는 의사는 어떤 의사일까”. 답은 너무 건강해서 아파본 적 없고 가족들 역시 건강하기만 한 의사라는 것이었다.

이런 농담을 나눈 이유는 필자를 진료한 의사가 매우 친절하게 웃으며 진료를 하는 데, 문제는 환자가 정말로 궁금해 할 얘기를 먼저 해주는 법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왜 그럴까. 결론은 환자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또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를 건강한 의사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즉, 친절하게 알려주고 싶어도 뭘 알려줘야 할지 잘 모른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여담을 전하는 이유는 하나다. 가난해 본적 없고 부족함이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인사들이 가난한 서민 대중을 위한 정책을 펴고자 한들 문제나마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겠는가 싶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각료들이 모두 빈곤가정 출신이어야 한다거나 하는 식의 극단적 주장을 펼 일도 아니고 필자 또한 그런 생각 따위는 없다. 오히려 성장과정에서의 지나친 가난이 트라우마로 남은 경우도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빈부 그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늘 적정한 수준의 그 무엇을 찾기가 힘들 뿐이다.

다만 한 정권내의 각료집단이 너무 부자들 쪽으로만 쏠려 있어서는 가난한 서민들의 설움이 더 커질 위험이 있는 것도 염두에 둘 일이다. 가뜩이나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훈련이 안된 한국 사회의 지도층들인지라 한진해운 하나 법정관리 넘기면서도 마치 지진 만난 아스팔트 도로마냥 여기저기 깨지고 그 자리에 크고 작은 물웅덩이가 널려 있어 우리경제의 아랫도리를 축축하게 적시도록 방치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조선 해운 구조조정을 어디까지 끌고 갈지 매양 걱정스러운 우리의 지도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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