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린' 금통위, 가계부채 부담에 석달째 금리동결
'움츠린' 금통위, 가계부채 부담에 석달째 금리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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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기준금리 연 1.25% 유지…연내 인하 기대 여전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월 기준금리를 연 1.25%서 석달째 동결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 카드가 거의 남지 않은 가운데 지난 6월 인하 결정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큰 폭으로 확대된 점이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는 미국의 통화정책 스탠스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관망 기조를 택한 배경이 됐다.

한은 금통위는 9일 통화정책방향 정례회의를 열고 9월 기준금리를 연 1.25%서 동결했다. 이날 금통위 본회의장에는 조동철·고승범·신인석 위원과 가장 먼저 배석했고, 이어 장병화 한은 부총재보와 함준호 위원, 이일형 위원히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본회의 시작 시간인 9시 정각 이주열 총재가 마지막으로 입장해 옅은 미소와 함께 의사봉을 두드리며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금통위는 앞서 지난 6월 하반기 경기 하방 압력에 대한 '선제 대응'을 명분으로 기준금리를 종전대비 25bp(0.25%p) 인하해 사상 최저치로 조정했다.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하반기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멀어진 점이 '인하 적기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후 금통위는 이달까지 석달 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 통화정책 결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달 금리 동결의 핵심 요인으로는 6월 인하 이후 확대된 가계부채 부작용이 지목된다. 금통위 하루 앞서 한은이 발표한 은행의 8월중 가계대출은 8조4000억원 늘면서 역대 8월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월 4조8000억원 수준이었던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7월 5조7000억원, 8월에는 6조2000억원으로 증가세가 뚜렷하게 확대돼 금리 인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에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채 증가세가 이어져 올해 가계신용 잔액이 13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통화정책의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저금리 환경이 가계부채 급증에 주 요인이라는 분석이 확산되는 점이 금통위로서는 부담이 될 것"이라며 "향후 대책과 함께 부채 증가 속도를 주시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오는 20~21일 미국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 관계자들이 금리 인상 작업 재개 의지를 시사한 점도 금통위의 관망 배경이다. 미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해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지만, 최근의 글로벌 유동성 장세 속에서 국내 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큰 폭으로 유입된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인상 시 일어날 금융시장 충격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도 미 금리 인상 기대와 함께 시장 금리가 상승할 경우 상환 부담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시장에서도 이달에는 금리 동결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7일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채권시장 전문가 중 96%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가계부채 증가 문제 등을 근거로 금리 동결을 점친 바 있다. 경기 하방 리스크와 낮은 물가 수준은 여전한 추가 인하 기대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향후 통화정책 향방에 대한 전망은 팽팽하게 갈린다. 연내 기준금리 1.0% 수준으로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과 연중 동결이 유력하다는 관측으로 양분되는 상황이다. 향후 3번 남은 통화정책 결정의 핵심 키는 역시나 국내 경기가 될 전망이다.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3분기 들어 내수 지표의 회복세가 꺾인 점은 경기 회복세 지원에 정책 무게를 두고 있는 금통위가 경계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다만, 예상보다 늦어진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 추이와 정부 이달 말 예정된 정부 주도의 대형할인 행사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 등의 정책 효과를 지켜볼 여지도 남아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금통위가 주요 정책효과와 3분기 지표를 관망한 뒤 인하 필요성이 있다고 느끼면 10~11월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김완중 팀장은 "우리 경제가 2% 중반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얼마 남지 않은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내릴 유인이 크지 않다고 본다"며 "3분기 내수 부진이 예상했던 부문인 만큼 10월 수정경제전망에서도 큰 폭의 성장률 하향 조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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