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9일 "8·25 가계부채대책으로 가계부채 급증 문제가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8.25 가계부채 대책 발표 후 정부가 시행을 앞당기고 있고, 감독당국도 특별 TF 활동을 통해 금융권 전반의 가계부채 영향을 점검·관리할 계획"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해 보이는데,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내 기준금리 하한선도 같이 높아질 가능성 있는가?
=이론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기준금리 하한을 얘기할 때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점으로 인해 자금 유출 위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 금리가 기축통화국(미국) 금리보다는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달러화 강세, 신흥시장으로부터의 자금 유출 등을 이끄는 요인인 만큼 우리나라 기준금리 하한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는 자본 유출만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국내 여건이 고려돼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고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견조한 점은 자본 유출 가능성을 낮춘다.
▲가계부채 증가세 꺽이지 않고 있다. 8·25 가계부채대책에서 비은행 부채 관련 내용 담았는데 얼마나 효과 있을까.
=최근 가계부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할 필요성 있다고 느낀다. 8·25 대책은 실물결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내린 판단. 정부가 8·25 대책 발표 후 시행을 계속 앞당기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고, 감독당국에서도 특별 TF 활동을 통해 금융권 전반의 가계부채 영향을 점검관리할 계획인 만큼 가계부채 문제 급증 문제가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는데 비은행에서 개인 투자자로의 풍선 효과는 없을 것인지.
=최근 (비은행부문에서) 수신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에 늘어난 수신을 바탕으로 대출을 확대하라고 하는 영업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시장 호조로 부동산 임대업 관련 대출이 비은행에서도 큰 폭으로 늘은 것도 맞는 말. 하지만 비은행의 경우 신용대출은 실제로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한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서 건설투자 차지하는 비중 급증했는데, 부동산 경기 거품이 꺼지면 성장률에 악영향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2·4분기 건설투자 비중 급증해 내수회복 이끈 게 사실이다. 건설경기가 호조를 보인 것은 작년 2·4분기 이후 착공면적이 크게 늘어난 덕분. 통상 착공 후 건설까지는 2~3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건설부문의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건설투자가 급감한다면 경제에 상당한 영향 줄 것은 사실이지만 점진적으로 균형 수준으로 수렴한다고 하면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가계부채대책은 가계부채 급증 문제를 제한하면서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부동상시장의 연착륙 효과를 유도하겠단 얘기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낮아지면서 원화 강세 압박이 높아졌는데.
=환율은 경제 여건 및 수요공급 상황에 따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다만 쏠림현상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단기간 높아질 때 (한은이)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미세조정만 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일관된 입장. 최근 미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변화로 대내 요인에 의해 원달러 변동성 커진 게 사실로, 이를 유의해 보고 있다. 환율 가치평가 판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
▲최근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내수 우려는 물론 서비스및 고용 우려도 높아졌는데,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는가.
=청탁금지법의 시행은 중장기적으로 볼때는 사회의 투명성과 효율성 높이는 순기능을 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일부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수요 위축 일어날 수 있고, 그럴 경우 이들 업종의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단기적 영향 예상되는데 법 시행 이후에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 법을 어떻게 집행하느냐 방식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 시점에서 효과를 계량적으로 추정하긴 어렵고, 법 시행 이후 경제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 통해 영향을 점검하겠다.
▲한은은 6월 금리 인하 때 폴리시믹스를 강조한 바 있는데, 추경안이 지난주 국회를 통과돼 사실상 통화정책 시행 후 한 분기가 지나서야 시행되게 됐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폴리시믹스 타이밍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추경안 국회 통과가 예상보다 많이 늦어졌다. 그렇지만 조기에 집행돼 재정의 성장세 회복 효과가 최대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장기 채권금리가 하락하면서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된 것이 사실. 이 같은 현상에는 주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 등 글로벌 요인과 연기금의 장기채권 투자 등 수급 요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 현재와 같이 장단기 금리차가 크게 축소된 상황에서는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주장한다면 이를 계기로 장기 시장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련 동향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유럽, 호주, 일본 등 주요국 은행들이 추가 양적완화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주요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는 당초와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란 기대, 주요국 은행들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칠 것이란 기대가 계속 있어 왔다. 그런 예상이 특별히 바뀐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장기금리 하락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칠 것으로 보는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같이 있다. 가계 자금조달 비용 감소하고 소비가 촉진된다는 점은 긍정적인 면이고, 공사 등의 수익성이 악화된다거나 자본유출 가능성 높아진다는 면은 부정적이다. 장기금리는 수급요인이나 경제활동의 결과로, 현재 추이를 면밀히 보고는 있지만 관련 대응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 경제가 커지면서 원·달러 외에도 위안·원이나 유로·원 등 이종통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쏠림현상이나 변동성 등을 언급할 때 경제 주체들이 이종통화를 얼마나 고려해야 하는가?
=한국에서 국내 외환시장 동향과 변동성을 파악할 때는 원·달러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본다. 하지만 이종통화 환율 흐름도 유의해서 보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이종통화 영향 적지 않다. 사실상 모든 통화의 움직임을 포함한 실질실효환율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와 김영란법 등 하반기 변수가 많다. 성장률로 2.7%를 예상했는데 예상과 맞는지 아니면 수정이 필요한지.
=수출 속도는 좀 부진하지만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 자체 모니터링 결과 7월 중 개별소비세 종료 영향으로 감소했던 소비가 8월에는 설비투자 등 덕분에 증가했다. 건설투자도 호조를 지속 중이다. 경기회복을 저해하는 불확실성도 있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경제는 7월 전망치에 거의 부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한다. 대내외 불확실성 높아 관련 리스크의 전개가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칠지 지켜본 후 10월에 구체적 수치 내놓겠다.
▲장기금리가 많이 내려온 상태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장기금리를 누르고 있다는 관측 나오는데 어떻게 보는지. 채권버블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나.
=장기금리는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미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감. 채권시장 수급 등 여러 상황에 기인한다. 현재 장기금리가 낮으니 채권버블 얘기도 나오는 것. 장기금리가 단기금리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인상 결정 시 (장기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할 우려는 있다. 우리 경제상황이나 채권수급상황을 고려할 때 그렇게 우려할 상황으로 보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주시하겠다.
▲한진해운 사태가 물류,수출기업에 타격을 입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월에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예상하면서 구조조정 영향 고려했다고 밝혔는데, 물류 기업들의 피해까지 고려한 전망인지. 전망치 변화 없는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해상 운임 상승으로 일부 수출기업이 상당한 어려움 겪는 것 알고 있다. 정부는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제반 조치가 원활히 되면 거시경제,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인 범위에 머무를 것으로 기대한다. 전망치 재조정은 그런 영향을 감안한 것이라고 그 때 설명 드렸다. 그 후에 나타난 일부 예상치 못한 점이 있는지 그런것도 파악해서 다음달 전망치를 내놓겠다. 현 시점에서 보면 소비자 물가 면에서는 하방리스크가 발생했다. 물가 전망에 있어서는 하방리스크가 분명히 발생했고, 성장 관련해서는 경제지표 움직임에 비춰볼 때 7월에 봤던 전망 경로에 부합한 것으로 본다. 자세한 것은 다음달 전망 수정 때 말씀 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