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밴 사업 시작부터 '암초'…밴 업계, 거센 반발
공공밴 사업 시작부터 '암초'…밴 업계, 거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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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윤호기자]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공공밴(VAN, 결제승인대행업체) 사업이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이해 당사자인 밴 업계가 공공밴의 실효성 여부를 놓고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최근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 도입 때도 밴 업계의 강력한 반대로 수차례 미뤄진 만큼 이번에도 합의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공공밴 사업의 법적 근거가 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시행령이 확정됐지만, 아직 이와 관련된 논의는 시작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공공밴 도입을 놓고 밴 업계가 거센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여신금융협회가 논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신협회 관계자는 "국정감사 등의 일정으로 아직 논의가 시작되지 않은 것"이라며 "밴 업계가 반대 의견을 표하고 있지만, 영세·중소가맹점의 부담완화가 목표인 만큼 국감이 끝나는 대로 공공밴 사업 논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공밴 사업은 금융위원회가 여신협회에 위탁해 진행되며,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자문과 교육 등의 업무를 담당할 계획이지만, 주요 목적은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 인하다.

앞서 공공밴 지정 법안은 지난해 3월 밴사가 가맹점에 받던 120원 안팎의 수수료로 대형가맹점에는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이 부담을 영세·중소가맹점에 전가하는 등 문제가 있다며, 밴 시장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가맹점주들의 요구로 마련됐다.

하지만 밴 업계는 대부분의 카드사가 내년부터 수수료 산정 방식을 건당 수수료를 내는 정액제에서 결제금액과 비례하는 정률제로 전환한 것은 물론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 도입으로 수수료가 낮아졌다면서 공공밴 설립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밴 업계 관계자는 "공공밴은 수수료를 낮춰 영세·중소가맹점을 도와주자는 취지가 목적인데, 카드사들이 정률제를 도입하면서 가맹점 수수료와 연동돼 많이 인하됐다"며 "시장 상황상 수수료가 합리화됐다고 보기 때문에 밴 업계의 공공밴 설립에 대한 니즈도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공공밴이 설립된다 해도 참여할 밴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접 당사자인 카드사들은 공공밴 설립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 나오지 않은 만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공공밴과 관련, 여신협회의 가이드 라인이 나오지 않아 구체적인 답변을 하긴 어렵다"며 "밴 업계의 반대가 거센 만큼 공공밴 도입도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형가맹점을 대상으로 하는 리베이트가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밴사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공공밴 도입에 적극 참여해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완화를 도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나이스정보통신과 한국정보통신 등 대형 밴사 2곳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크게 늘었다. 나이스정보통신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약 138억원으로 전년동기(약 101억원)대비 약 37% 증가했다. 한국정보통신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약 176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약 92억원)대비 약 92%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중간 지점의 수수료는 낮아져야 하고,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과도한 밴사의 수익구조가 문제로 대두하는 만큼 이를 축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지 수수료만 인하하려는 구조도 옳다고 볼 수 없지만, 대형가맹점에 대한 리베이트가 금지된 만큼 밴사와 카드사 모두의 영세·중소가맹점을 위한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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