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친환경차 확대와 행정편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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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수지기자]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확대를 위해 검토 중인 '친환경차 의무판매제'와 관련해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자동차 업체들에 연간 판매량 중 일정 비율을 전기차·하이브리드·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판매하도록 할당하는 규제다.

이 같은 소식에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미세먼지 논란에 '디젤차 때리기' '경유값 인상' 카드를 빼들었던 정책과 같은 맥락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정부가 세운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목표치 1만대를 크게 밑돌면서, 소비자에게 보조금 등 혜택을 주던 것에 더해 규제라는 정책수단으로 자동차 업체들을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의 문제점 때문에 국민들이 전기차 구매를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전기차를 강권해야하는 자동차 업체들로서는 일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환경부가 설치한 급속충전기 337기와 민간충전사업자가 설치한 충전기 911기 총 1248기다. 지난달 기준 전국 전기차 등록대수 8000여대와 비교하면 충전기 1대당 6.4대가량 사용해야 한다. 이 마저도 서울과 제주 지역에 몰려있다. 때문에 충전소 부족, 긴 충전시간 등은 전기차 활성화를 어렵게 하는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혀왔다.

여기에 자동차 업체들이 친환경차를 위해 별도 생산라인을 구축하거나 친환경차 모델이 없는 경우 신모델을 개발해야 하는 점도 큰 부담이다. 시장 점유율이 가솔린·디젤 차량에 비해 현저히 낮은 현 상황에서 자동차업체가 노마진에 가까운 친환경차를 위해 영업이익의 일정부분을 포기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등록된 친환경차는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2098만9885대의 1%에도 못 미치는 18만여대다. 이 중 하이브리드차 17만5000대, 전기차 8000대, 수소차 50대 등이다. 수치적으로도 자동차업체들이 친환경차를 위한 투자에 선뜻 나서기 어려울 정도다.

전기차가 왜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지 정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물론 그동안 정부가 많은 정책과 지원을 한 것도 사실이다. '법'을 통해서라도 친환경차를 보급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일정부분 헤아릴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우선시 해야할 것은 무조건적인 공급·확대가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다. 더욱이 내년 정부예산안에 포함된 전기차 보급물량 1만5000대에 대해서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의미 없는 목표치 집착이 가져올 부작용을 더욱 경계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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