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개 계열사 1천여명 참여…금융위기 2009년 1월 이후 처음
[서울파이낸스 정수지기자] 현대자동차그룹 51개 계열사 소속 전체 임원이 이달부터 급여 10%를 자진 삭감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시장 위축 등으로 심화하는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 중 하나다.
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계열사 임원들이 임금 10%를 자발적으로 삭감하는 의사결정 절차를 밟고 있다. 빠르면 이번 달부터 바로 시행에 들어간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임금 삭감에 참여하는 임원수는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원들의 임금 삭감은 이달부터 내년 말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내년도 사업 전망 결과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원들부터 솔선수범해 위기경영에 돌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직계열화된 현대차그룹의 위기는 주력인 자동차 부문에서 시작됐다. 올해 1∼9월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 실적은 전년대비 1.8% 줄어든 562만1910대에 그쳤다. 이 같은 마이너스 성장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이다.
러시아와 브라질을 비롯한 신흥시장 등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3조원대 생산차질이 빚어지고, 내수시장마저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외형적인 판매량 감소뿐 아니라 수익성 악화도 현대차그룹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에서 △2012년 10.0% △2013년 9.5% △2014년 8.5% △2015년 6.9% △2016년 상반기 6.6%까지 떨어졌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8.1%에서 올해 5.2%로 급락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모든 임직원이 경각심을 가지고 구조적인 위기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취지에서 임원부터 임금을 자진 삭감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오는 26일과 27일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양사 실적은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가장 저조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